(서울=연합뉴스) 유통팀= 117만 원짜리 명품 브랜드 책가방, 200만 원짜리 프리미엄 아동용 외투, 70만 원짜리 일본제 가죽 책가방….
모두 최근 입학·졸업·새 학기 선물 '대목'을 맞은 백화점, 온라인쇼핑사이트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미리엄'급 아동용품들이다.
경기 불황에도 고가 아동용품 시장만 호황을 누리는 현상을 놓고 한 자녀 가정의 '자식·손주 사랑'의 영향인지, 일부 계층의 삐뚤어진 '과시욕' 탓인지 논란도 커지고 있다.
◇ 구찌·버버리·아르마니…불황 모르는 아동 명품
백화점에는 아동용 브랜드가 성업중이다.
구찌 키즈, 버버리 칠드런, 아르마니 주니어, 몽클레르 앙팡, 랄프로렌 칠드런, 펜디 키즈, 겐조 키즈, 헤지스키즈, 타미힐피거 키즈, 빈폴 키즈, 닥스 키즈 등 '○○키즈', '○○칠드런' 식으로 명품 이름을 붙인 브랜드들이다.
노스페이스 키즈, 뉴발란스 키즈, 나이키 키즈, 아디다스 키즈, 휠라 키즈처럼 스포츠 브랜드들도 아동용 제품을 별도로 내놓고 있다.
아동용이지만 어른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할 만큼 고가 제품도 많다.
구찌 키즈의 책가방(백팩)은 112만 원, 도시락 가방(런치백)은 97만5천 원이다. 비싸지만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다.
롯데백화점 본점 구찌 키즈 브랜드 매니저는 "의류를 비롯해 백팩(책가방), 토트백 등 아동용 신학기 용품을 찾는 고객이 해마다 늘고 있다"며 "가방의 경우 희소성이 있어 해마다 신학기 시즌 매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옷 값도 성인 패션 상품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버버리 칠드런의 인기 상품은 72만 원짜리 더플코트인데, 새 학기를 앞두고 매장을 찾는 고객의 40% 이상이 이 코트를 구매한다는 게 롯데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르마니 주니어 '블랙 라인'의 경우 원피스가 72만8천 원, 티셔츠가 18만8천 원 수준으로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30~40% 비싸지만 가장 먼저 동난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몽클레르의 아동 판인 '몽클레르 앙팡' 겨울 외투도 200만원이 넘지만 매출은 해마다 두 자릿 수 이상 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70만~100만 원대 몽클레르 앙팡 점퍼, 버버리 칠드런의 30만 원대 퀼팅점퍼, 아르마니 주니어의 50만 원대 재킷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혜림 롯데백화점 아동 치프바이어(Chief Buyer)는 "지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키우는 '골드키즈'가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아동 상품군 매출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한 자녀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 앞으로 프리미엄 아동 의류 시장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잇포켓'이란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부모,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까지 한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여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에는 주변 지인까지 더해 '텐 포켓'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수요를 잡기 위한 유통업체의 마케팅도 한창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0일부터 아동매장에서 '신학기 페스티벌' 행사를 열고 '타미힐피거 키즈', '닥스키즈', '헤지스 키즈' 책가방 등을 20~50% 할인 판매 중이다.
◇ 수 십만 원짜리 일본 란도셀 책가방 인기도 여전
국내에서 2015년께 '아동용품 사치', '금수저 자녀' 논란을 처음 촉발한 일본 초등학생용 책가방 '란도셀'도 수십만 원대에 이르는 가격이지만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올해에도 각 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 등에서는 란도셀 책가방이 신학기 인기 선물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70만 원대 란도셀 '프리미엄' 책가방이 인기다.
현대백화점도 일본 키즈아미의 란도셀을 판매 중인데 가죽소재가 45만 원, 합성수지로 만든 제품이 38만 원이지만 수요가 몰리는 추세다.
명품이나 패션 브랜드보다는 저렴하다지만, 스포츠 브랜드의 책가방 세트도 보통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아디다스, 휠라, 뉴발란스, MLB 등 아동 스포츠 브랜드에서 가방과 신주머니가 합쳐진 책가방 세트는 15만 원대가 일반적이다.
원정운 신세계백화점 아동 바이어는 "책가방 세트가 지배하던 새 학기 아동 선물 시장에서 최근 스포츠 브랜드의 7만원 안팎 운동화, 10만원 안팎 트레이닝복세트 등도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온라인쇼핑 사이트에서도 10만 원이 넘는 아동용 고가 선물이 갈수록 잘 팔리고 있다.
G마켓에서는 한샘·일룸 등 가구 브랜드의 높이조절책상이 인기인데, 가격대가 10만~50만 원대에 이른다. 의자 하나에 10만 원이 넘는 '시디즈' 의자를 찾는 소비자도 많다.
이 밖에도 빈폴 키즈의 의류·책가방(10만 원대), 블루독 구스다운(20만 원대), 란도셀 책가방(10만~30만 원대), 버버리 키즈 의류·신발(10만~50만 원대) 등도 신학기 선물 매출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에잇 포켓' 현상이 아동용품의 고급화를 이끌며 신학기 준비 비용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11번가에서는 최근 유아·아동 가방 거래액이 약 40% 증가했는데, 특히 8만 원 이상 제품의 경우 70%나 뛰었다.
최승호 SK플래닛 생필품 유아·아동팀 매니저는 "고가 프리미엄 가방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주로 12만 원대 가방의 판매가 많았다"며 "빈폴 키즈, 무스터백, 헤지스 키즈 등의 프리미엄 가방이 인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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