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시절과 다른 트럼프…방위비 분담금 관련 긍정적 신호
자위대 역할 확대 통한 일본의 '보통국가화' 탄력받을 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10일(워싱턴 현지시간)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안보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던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新) 고립주의' 우려를 낳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동맹 중시'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은 한미동맹에도 청신호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일본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춧돌'(cornerstone)이라고 칭했다. 더불어 공동성명에서 중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에 대해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며 일본을 안심시켰다.
이 같은 트럼프의 미일동맹 중시 기조는 한미동맹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동성명에서 "북핵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회담에서 보여준 동맹 중시 기조는 한미동맹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 철수를 한미 현안 타결을 위한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등의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언급하지 않은 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인들이 (주일) 미군을 받아주고 있는데 감사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동맹국의 안보 부담 강화를 역설한 '후보시절 트럼프'와는 달라진 면모다. 향후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한국은 미군 주둔 비용 분담율(미국과의 분담 비율) 면에서 50% 수준으로, 75% 수준의 일본에 못미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2.40%로 1% 정도인 일본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 미국의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립외교원 최우선 교수는 11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고립주의 양상을 우려했는데, 동아시아에 대한 공헌을 강화할 태세를 보이는 것은 한국에게도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라며 "한국에 대해서도 양자(한미) 및 3자(한미일) 간에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방향을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선명해질 미일동맹 강화 흐름이 일본의 재무장 행보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 아래 더 큰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지지 아래 집단 자위권 행사에 봉인을 푼 아베 정권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본격적으로 자위대의 보폭을 넓힐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결국 중국의 해양진출 강화에 미일동맹 강화로 대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개헌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나아가려는 아베 총리의 행보는 트럼프 임기 중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는 트럼프에 앞서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3∼4일 일본 방문때 일본의 방위비 확대에 대해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을 때 이미 제기됐던 지적이기도 하다.
아울러 현재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 하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언제 개최할지 전망이 서 있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트럼프의 '귀'를 일본 정상이 먼저 잡았다는 점은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다.
아베는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간의 계속되는 갈등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어떤 형태로든 이번 방미기간 트럼프에게 주입시키려 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서도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한국내 여론보다는 '한일 합의(2015년 12월)에 따라 최종 해결됐다'는 일본의 입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주입된다면 한일관계 복원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일본보다는 한국 쪽에 더 강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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