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유동성 위기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오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4천400억원 상환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4월 위기설'이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올해 대우조선이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은 총 9천4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수주실적은 '0(제로)'이고 1조원이 묶여 있는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협상은 상반기 해결이 어려워 보이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 ▲ 4월21일 4천400억원 ▲ 7월23일 3천억원 ▲ 11월29일 2천억원 등 총 9천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당장 4월말 4천400억원을 갚아야 해 유동성 확보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장 답답한 부분은 1조원이 걸려 있는 앙골라의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기의 인도 연기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이다.
회사채 만기를 막기 위한 '1순위 과제'였던 소난골 드릴십 협상에 대해 작년부터 반년 넘게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4월 만기 회사채를 의식해 채권단은 "3월 말까지 드릴십 인도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작년 말부터 인도 협상에 일정 부분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반기 내 인도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설상가상으로 수주 성과도 따라주지 않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은 미국의 LNG 회사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LNG-FSRU) 7척에 대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며 올해 첫 수주를 예약해뒀지만, 본 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들어 신규 수주는 여전히 없다.
대우조선은 일단 FSRU의 본계약이 오는 4월 이내에 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4월초까지는 본계약이 체결돼야 4월말 만기 회사채를 갚는 데 도움이 된다.
만기 회사채 상환을 위해서 대우조선은 최악의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지원키로 한 자금 중 아직 사용하지 않은 7천억원을 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채권단에서 지원한 4조2천억원 중 3조여원 이상을 썼고 현재 7천억원 정도가 남았다. 하지만 '국민 혈세'를 사용하는 일인 만큼 여론의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면초가'에 놓인 대우조선은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부터 최대한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만기 연장을 비롯한 대우조선의 채무 재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회사채 발행 때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은 자력으로 만기 회사채를 갚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연 선수금이 들어오는 '신규 수주'를 따내는 것이다.
최근 정성립 사장이 2~3월 두 달간 해외출장 등을 통해 선주 대상 세일즈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수주 총력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LNG 회사와 FSRU 수주 관련 LOI를 체결하기 위해 지난주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정 사장은 이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런던으로 이동해 며칠간 유럽의 여러 선사들을 접촉하며 직접 영업 활동을 하느라 귀국을 미뤘다.
아울러 정 사장은 현재 건조 중인 선박과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주문주들과 접촉해 인도 대금의 일부를 미리 받기 위한 협상도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이른바 '1조원 마련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갔던 정 사장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주문주들과 두루 접촉해 계약금 지급 방식에 대한 재협상을 벌였고 적지 않은 대금을 앞당겨 받는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 대우조선은 자구안 계획에 포함됐던 자산 매각 등도 서둘러 진행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마곡부지, 복합업무단지 등 생산설비 이외의 모든 자산을 매각하고, 웰리브,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남은 자회사 5곳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 임직원이 합심해서 어려움을 잘 극복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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