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에 사진·엽서 등 수화통역 봉사자 통해 기증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다시는 침략전쟁을 저지르지 않도록 일본 식민지 시대 당시 많은 자료가 공개되고 70년 이상 이어진 역사 갈등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민족문제연구소에 식민지배 역사 관련 자료들을 전한 기타무라 메구미(45)씨는 12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전한 자료는 야스쿠니 신사와 황군 사진, 도고 신사 엽서와 종군화가가 그린 엽서, 점령지 한글 가쇄 우표와 편지, '천황' 사진 등이다.
당시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었을 법한 자료에 낙서, 스카치테이프가 붙은 흔적들이 더해져 있어 전쟁이 일상까지 스며들어 있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 자료를 남긴 사람은 중일전쟁에 참전했던 일본인 청각장애인이다.
장애 탓에 징병 되지 않아 '비국민'이라고 불리는 게 억울해 군대에 자원했다가 중국에서 붙잡혔다.
장애인이라서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고 히로시마로 무사히 돌아왔지만 곧 원폭투하로 어머니와 누나를 잃었다.
이후 그가 사망할 때까지 기회가 될 때마다 언제나 전쟁은 안된다고 반복했으며, 간절히 평화를 기원했다.
메구미씨는 전쟁 당시 수화를 익혀 고령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봉사를 하다가 그를 알게 됐다.
그가 세상을 뜬 후 유족들과 함께 유품을 정리하던 메구미씨는 민족문제연구소가 건립하는 식민지역사박물관에 자료 기증을 제안했다.
유족들도 흔쾌히 승낙했다. 이들은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생기면 꼭 방문하고 싶다.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메구미씨는 전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올해 개관이 목표다. 연구소가 자체 수집한 자료와 강제동원 피해자나 시민이 기증한 유품 등 수만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메구미씨는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이면서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을 돕는 일본 역사단체 모임에서도 활동한다.
메구미씨 뿐 아니라 일본 다른 시민단체와 연구자 등도 자료 기증을 해오고 있다. 40년 넘게 야스쿠니 신사를 연구해온 일본인 학자이자 시민운동가 즈시 미노루씨도 자신이 연구해온 자료를 대거 기증했다.
메구미씨는 한일 양국 최대 갈등 요인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하고 피해자 명예회복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말 양국 합의가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화해를 압박하는 것은 이상하다. 가해국이 책무를 다해야 진정한 해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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