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환 한국루터회 총회장 "7월 루터 전집 25권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마르틴 루터(1483∼1546)라고 하는 '신앙의 거인'을 다 이해하긴 어렵죠. 그렇기에 한국에 루터를 제대로 소개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12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에서 만난 김철환(62) 한국루터회 총회장은 "루터의 개혁 정신은 오늘날에도 이어져야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루터회는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설립된 첫 개신교회로,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여러 나라는 루터교를 국교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루터회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1958년 미국의 루터회 선교사들이 파송돼 한국루터교선교부를 조직하며 첫발을 뗐으며, 현재 전국 49개 교회에 60여 명의 목회자와 6천여 명의 교인이 있다.
김 회장은 "한국루터회는 작지만 강한 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는 종교개혁의 3대 원리인 '믿음만으로, 은총만으로, 성서만으로'라는 복음의 전통 위에 세워진 개신교 장자 교회라는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그런 만큼 한국루터회는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저작물 출간과 학술행사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루터 전집 출간이다.
김 회장은 "개신교 신학의 기초인 루터의 사상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은 한국교회에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며 "오는 7월 루터의 저작 전집 25권을 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루터 전집 번역에는 각 교단의 루터 전문가 33인이 참여했으며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김 총회장은 "그동안 루터를 항상 2차 문헌을 통해 만나야 했던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전집 발간을 통해 직접 루터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회장은 아울러 '믿음만으로, 은총만으로, 성서만으로'라는 모토에 둘러싸인 오해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교계 일부에서는 믿음과 은총, 성서만을 강조한 탓에 오늘날 개신교회가 수행과 선행을 가벼이 여기고 값싼 은총을 바라게 됐으며 문자주의에 갇혀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김 회장은 이에 담긴 참뜻을 '나그네'와 '거지', '머슴'의 삶에 빗대어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돌아갈 하늘나라가 있으니 모두가 나그네"라며 "'믿음만으로'라는 말에 숨은 뜻은 그리스도교인이라면 하늘의 가치로 살아야지 땅의 가치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회장은 '은총만으로'에 대해 죽은 루터의 품에서 '우리는 모두 거지다. 이것은 참이다'라는 쪽지가 발견됐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하나님의 은혜(은총) 없이는 우리는 모두 거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거지의 신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겸손"이라며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으니 우리도 받은 만큼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성서(말씀)만으로'라는 구절에 대해서는 "과연 우리가 하나님의 가르침을 얼마나 지키고 사는지 반성해봐야 한다"며 "충실한 머슴으로서 타협 없이 그 말씀에 따라야만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자성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한국교회가 예언자적 소리를 내기에 앞서 자기 내면을 살피면서 과오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NCCK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은 회개와 반성에 방점이 찍혔다. 한국 근현대사에 기독교가 세운 공은 공대로 인정하되 과오를 철저히 되짚어야 새로운 500년을 열어갈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김 회장은 "한국교회의 솔선수범으로 교회개혁이 한국사회 전체의 개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잘 사는 나라에서 바르게 사는 나라로, 돈보다 사람이 소중한 나라로, 나를 넘어 우리가 소중한 나라가 한국사회가 변해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루터 대학원, 미국 컨콜디아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서울 베델 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다 2013년 11월 기독교한국루터회 제6대 총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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