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노동미사일보다 비행속도 빨라 무수단 개량형 추정"
미사일 길이 무수단 12m·노동 16m…지난달 신형ICBM도 12m
고체연료 사용 방식 분석 사실이면 은밀성 높아 위협 증대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12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한미 군 당국의 분석대로 무수단급 개량형인지, 북한이 발사를 예고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미는 이날 오후 추가 분석을 통해 평북 구성시 방현비행장 일대서 동해 상으로 발사한 비행 거리 500㎞의 미사일 1발을 무수단급(사거리 3천~3천500㎞ 이상) 개량형으로 추정했다.
오전 설명에서는 노동급 또는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가 오후에 이를 무수단 개량형으로 번복한 것이다. 한미는 우주에서 탄도미사일 비행속도와 길이 등 제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위성 자료를 바탕으로 무수단급 개량형으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미사일의 비행속도를 판단 수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속도가 노동미사일(음속 9.5)보다 빨랐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속도는 마하 10으로 분석됐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비행하는 속도는 미사일 제원을 파악하는 데 핵심 지표가 된다.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을 국외 도입해 모방 생산하는 방식으로 개발해 노동미사일까지 엔진 방식(액체)이나 비행속도가 거의 비슷하다.
지난해 발사한 사거리 1천㎞ 스커드-ER은 노동에 거의 가까운 성능을 발휘한다. 한미가 지난해 이를 노동 개량형으로 추정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엔진 방식도 북한 미사일 기종을 파악하는 자료가 된다.
북한의 무수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KN-11), ICBM급인 KN-08과 그 개량형인 KN-14는 동일한 엔진을 사용한다. 액체 엔진은 추진체에 연료를 주입하는 데 30여 분가량 소요되고 독성이 강한 질산을 산화제로 쓰기 때문에 한번 주입한 후 일주일 이내에 쏘지 않으면 엔진이 부식될 염려가 있다.
이 때문에 연료 주입이 필요없이 발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고체엔진으로 교체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공개한 대(고)출력 고체로켓 발동기(엔진) 실험도 고체엔진으로 개량하려는 작업 일환이다.
미사일 추진체에서 발산되는 열의 모양을 위성이 감지해 고체엔진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추진체 화염도 고체엔진에 가까워 한미 군 당국은 고체엔진을 장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동체에 신형 고체 ICBM 엔진을 장착해 시험 발사했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식별된 신형 ICBM 추정 미사일 2기의 길이가 12m로 무수단 길이와 같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의 그동안 언급으로 보아 스커드나 노동급은 지금 발사 타이밍이 아니니 무수단급이나 ICBM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수단을 개량한 ICBM 대리 엔진 시험발사를 위한 발사체일 가능성이 있고, 아니면 신형 ICBM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형 ICBM이라면 초기 비행이 목적일 텐데 내륙에서 쏠 만큼 배짱이…"라고 말해 북한이 '대담한 실험'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날 발사가 성공했다고 판단하면 13일 오전 관영매체를 통해 ICBM을 시험발사 했는지와 미사일 사진, 비행 거리, 최정점 고도 등을 공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미는 북한이 공개한다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분석에 착수할 계획이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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