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 내국인 남성 3명 상대 사기 라이베리아 국적 2명 구속
한국계 미군 여장교 사칭해 SNS로 접근한 주범은 추적 중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불법자금 처리 비용에 투자하면 거액을 주겠다고 꾀어 1억여원을 가로챈 국제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라이베리아 국적 A(39)씨와 B(42)씨를 구속하고 공범인 신원미상의 외국인 C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아프리카 가나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C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0대 초반의 한국계 미군 여장교인 '제임스 김'이라고 사칭, SNS를 통해 우리나라 남성 3명에게 접근했다.
C씨는 "IS의 불법자금인 블랙머니 500만 유로(한화 62억원 상당)를 조만간 한국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피해자들을 속인 뒤 약품처리 비용만 투자하면 절반을 주겠다고 꾀었다.
블랙머니는 통상 기업 비자금이나 세금 회피 등 불법자금을 유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다.
정상 지폐를 특수약품처리 해 검게 만든 블랙머니는 약품처리를 다시 하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미군에서 전역한 뒤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소개한 C씨는 "시리아 외교관들이 나 대신 블랙머니 한국으로 들여갈 것"이라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C씨가 말한 시리아 외교관은 미리 연락을 받고 한국에 관광비자로 입국해 있던 A씨와 B씨였다.
A씨와 B씨를 만난 피해자들은 이들의 현란한 말솜씨와 가짜 블랙머니 등에 속아 약품 투자비용으로만 모두 1억1천700만원을 넘겨줬다. 국제 사기단과 피해자들은 영어로 대화했다.
A씨와 B씨는 서울에서 검거될 당시 도로에 400만원을 뿌리고 달아날 정도로 범행 수법이 대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구연순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사기단들은 가짜 블랙머니에 손 세정제를 뿌린 뒤 세탁하는 척하면서 미리 준비한 실제 돈을 피해자들에게 내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속된 피의자들이 동남아시아 지폐도 다량 확보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다른 국가에서도 동종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죄를 캐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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