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살해혐의' 무기수 김신혜, 17년째 무죄 주장…사건 재구성

입력 2017-02-13 15:23  

'친부 살해혐의' 무기수 김신혜, 17년째 무죄 주장…사건 재구성

경찰 "교통사고 위장 수면제 살인" vs 김씨 "강압수사·거짓 자백"

법원 "수사 잘못 인정돼 재심 사유, 무죄 증거는 없어"…재심 개시 대법원 판단만 남아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친부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7년째 복역 중인 김신혜(40·여)씨.

김씨는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다량의 수면제가 든 양주를 마시게 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범행을 자백했지만, 재판과정에서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대신 감옥에 가려고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 정류장서 발견된 시신…경찰 "교통사고 위장 수면제 살인"

사건은 김씨가 23살 때인 2000년 3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5시 50분께 전남 완도의 버스정류장에서 김씨 아버지(당시 52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한쪽 다리가 불편해 3급 장애 판정을 받은 김씨 아버지가 발견된 곳은 집에서 7k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현장에서 깨진 방향지시등 잔해가 발견돼 교통사고 현장처럼 보였지만 시신에 출혈이나 외상 흔적이 없자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주목하고 수사에 나섰다.

부검 결과 시신에서는 다량의 수면제 성분과 알코올이 검출됐다.

"김신혜가 아버지를 수면제로 살해했다고 말했다"는 김씨 고모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건 이틀 후인 3월 9일 새벽 김씨를 긴급체포했고 김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김씨가 수면제 30알을 갈아 양주에 넣어 아버지에게 마시게 한 뒤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숨지자 시신을 도로에 유기하고 교통사고 현장으로 위장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범행 동기는 아버지의 성추행이라고 밝혔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김씨가 몇 달 전 이복 여동생으로부터 "아버지에게 강간당했다"는 말을 듣고 살해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김씨는 재판이 시작되면서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대신 감옥에 갈 생각으로 거짓으로 자백했다. 아버지의 성추행도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도 보험금을 목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 "'살인 계획' 메모·알리바이 부재" vs "짜맞추기 수사"

수사당국은 김씨가 아버지 앞으로 상해·생명보험을 8개나 가입한 점과 김씨의 서울 자택에서 살인 계획이 적힌 노트가 발견된 점, 사건 당일 오전 1시 30분부터 5시까지 김씨의 알리바이가 없는 점 등을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5쪽짜리 종이에는 불우한 환경 때문에 수면제로 아버지를 살해하는 시나리오 초안과 '방망이', '비닐', '수면제', '알코올' 등 낙서가 적혀 있었다.

김씨가 아버지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상품의 최고 보험금 액수와 저축 목록 등도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한 김씨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서울에 살던 김씨는 남동생의 부탁을 받고 동생을 태워 가려고 렌터카를 빌려 2000년 3월 7일 오전 1시께 완도에 도착했다.

김씨는 인근 공중전화를 찾아 동생들이 있는 조부모 집에 전화했고 아버지가 술에 취해 시비를 걸다 조금 전 돌아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김씨는 고향에 내려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린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만나지 못했고 차를 몰고 혼자 바닷가 등대로 가 시간을 보내다가 차에서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오전 5시께 잠에서 깨 조부모 집에 갔다는 것이다.

'살인 계획' 메모 역시 직접 쓴 시나리오 초안일 뿐이며 경찰이 앞뒤를 다 자르고 당시 사건과 유사점이 있는 부분만 발췌해 증거로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수면제 수십알을 갈았다면서도 김씨의 서울 자택 부엌, 행주 등에서 수면제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점, 아버지 혈액형이 AB형인데 렌터카에서 A형과 O형 머리카락만 발견된 점 등도 덧붙였다.



◇ 17년째 무죄 주장…재심 여부 주목

김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15년 넘게 복역하다가 2015년 1월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같은 해 11월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다만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아 형 집행을 정지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한 점과 2인 1조 압수수색 규정을 어기고 경찰관 한 명이 서울에 사는 친구와 한 점, 압수수색에 참여하지 않은 경찰관이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점이 직무상 죄가 있다고 인정했다.

김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는데도 영장도 없이 범행을 재연하게 한 점도 강압수사로 판단했다.

그러나 김씨가 무죄를 증명할 목적으로 제출한 증거와 아버지의 성추행이 없었다는 김씨 및 주변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 측은 사건 전 보험 8개 중 3개를 이미 해지했고 보험 대부분이 가입 2년이 채 안 돼 아버지가 사망하더라도 수령 조건이 해당하지 않는 점, 김씨가 과거 보험회사에서 일해 이 점을 이미 알고 있었던 점 등을 증빙하는 증거를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고법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검찰은 재심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수사상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메모도 김씨가 직접 쓴 것이 맞고 최초 자백도 김씨의 자의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의 잘못이 증거 능력 자체를 훼손할 정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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