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우리 힘으로…" 연천 축산마을 자체방역 '눈길'

입력 2017-02-14 07:11   수정 2017-02-14 09:42

"구제역 우리 힘으로…" 연천 축산마을 자체방역 '눈길'

2010∼2011년 84% 살처분 때 학생 등교까지 자제해 구제역 극복

(연천=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축산농가들의 기금으로 방역 소독기도 사고 하루 5∼6명씩 조를 편성해 마을 진입로에 자체 통제초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번 경험한 터라 이젠 손발이 척척 맞아요."

경기도 연천에서 수도권 첫 구제역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9일 발생농가에서 10㎞가량 떨어진 백학면 석장리 마을 입구에는 이동통제초소가 설치됐다.




연천군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설치해 운영하는 초소다.

70가구가 사는 이 마을은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넘는 25가구가 젖소와 한우 등 발굽이 2개인 우제류 가축 3천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구제역이 돌면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는 축산 밀집지역 중 한 곳인 셈이다.

이에 축산농가들은 자비를 들여 소독기와 초소를 설치하고 외부 출입을 철저히 삼가는 등 차단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마을은 연천군 전체에 구제역이 휩쓸고 간 2010년 12월∼2011년 4월 사태 때도 주민 스스로 철저한 방역으로 연천에서 유일하게 단 한 농가도 구제역 의심신고조차 없었던 곳이다.

당시 연천군에서는 전체 우제류 가축 12만856마리 중 무려 84%에 달하는 10만1천742마리가 살처분됐다.

석장리 마을은 젖소 19개 농가 1천453마리, 한·육우 8개 농가 181마리, 멧돼지 1개 농가 100마리 등 28개 농가 1천734마리 가축을 사육했으나 피해가 전무했다.

인근 5㎞ 떨어진 노곡리에서 구제역이 발병하자 다음 날 1천여만원의 자비를 들여 소독기를 사서 하루 2회씩 소독하는가 하면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있어 학교 측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의 등교도 자제했다.

이때 경험을 살려 주민들은 지난 9일부터 오전 7시∼오후 9시 초소를 자체 운영하며 독자 소독은 물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석장리에서 젖소 92마리를 키우는 정응화(57) 백학면 낙우회장은 14일 "그간 구제역 경험을 살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철저한 소독과 출입 통제로 일부 주민들의 불만도 있으나 축산농가들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 군청에서 나서기 전에 차단방역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500여m 마을 진입로가 외길이라 차단방역만 철저히 하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이번 구제역 때는 등교 자제까지는 하고 있지 않으나 주민 스스로 외부 출입을 삼가며 차단방역에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말처럼 군인이 출입을 통제해 구조적으로 차단방역이 이뤄지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 축산농가에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구제역이 발병하지 않았다. 구제역이 창궐했던 2010∼2011년에도 파주와 연천 민통선 지역 17개 축산농가 1천119마리 우제류 가축은 무사했다.

이번에도 마을 주민 스스로 구제역을 이겨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wyshi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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