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정성 물거품"…보은 명품한우 '조랑우랑' 구제역 직격탄

입력 2017-02-14 04:30   수정 2017-02-14 08:33

"13년 정성 물거품"…보은 명품한우 '조랑우랑' 구제역 직격탄

회원농장 4곳 구제역 감염, 401마리 살처분…이미지 훼손 불가피

대형 거래처 끊기면 송아지 생산농가도 타격, 축산기반 붕괴 우려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 지역 한우 브랜드인 '조(棗)랑우(牛)랑'이 위기를 맞고 있다. 자칫하다간 파탄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일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1주일 남짓한 기간에 주변 한우농장에 마구 번졌다. 13일 의심신고된 2곳을 포함하면 삽시간에 5곳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한우와 젖소 764마리가 살처분됐다.

보은축협에 따르면 이 중 4곳은 브랜드 한우 '조랑우랑'을 공급하는 회원 농장이다. 조랑우랑 공급처가 무더기로 구제역에 감염되면서 그동안 공들여온 명품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판로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조랑우랑은 이 축협이 2004년부터 대추· 황토·비타민 등을 첨가한 특화사료를 먹여 육성한 한우 브랜드다. 사료공급부터 혈통관리, 출하의 모든 과정을 축협에서 맡아 철저하게 관리한다.

이에 힘입어 조랑우랑은 2010년 로하스 인증을 받고, 이듬해 충북 한우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면서 '명품' 반열에 올랐다.

지난달 말 기준 조랑우랑 한우는 이 지역 118개 농장에서 8천60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지난해 출하량은 1천346마리다.

이 브랜드 한우는 서울·보은의 직매장 3곳과 대기업 유통망을 통해 전국에 유통된다. 국내 굴지의 식자재 유통기업인 C사에 납품되는 물량도 한 달 60∼80마리다.





축협 측은 이번 구제역 파동으로 10년 넘게 성장해온 조랑우랑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10년 최악의 구제역이 경북 안동지역을 휩쓴 뒤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인 '안동한우'가 한동안 맥을 못 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구제역 발생농장 주변의 가축 이동이 제한되면서 당장 소 출하 자체가 막힌 상태다. 방역대 밖은 이동이 가능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한 농민들이 출하를 꺼린다.

축협 관계자는 "최근 사흘간 4마리를 도축한 게 전부"며 "지금까지는 미리 확보해둔 물량으로 버텼지만, 구제역이 장기화할 경우 조랑우랑 공급이 아예 끊길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했다.

조랑우랑 농장에 송아지(밑소)를 공급하는 700여곳의 부업 농가 타격도 불가피하다.

농민 이성용씨는 "그동안 보은에서 생산된 송아지는 다른 지역에 비해 20만∼30만원씩 비싸게 거래됐는데, 앞으로는 정반대 현상이 펼쳐질 수 있다"며 "이번 일로 우리 지역 축산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축협은 일단 방역당국을 도와 구제역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80t의 생석회와 570ℓ의 소독약품을 회원농장에 긴급배정하고, 광역살포기 4대를 투입해 회원농장 주변에 대한 차단방역에 나서고 있다.

지현구 보은축협 상무는 "당장 눈앞의 피해도 문제지만, 구제역이 장기화할 경우 조랑우랑을 비롯한 보은의 한우 산업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며 "당장 대기업 납품이 중단되고, 보은 송아지를 기피하는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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