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불문 대선주자들 봉하마을 앞다퉈 찾는 이유는

입력 2017-02-14 07:00   수정 2017-02-14 09:15

보수·진보 불문 대선주자들 봉하마을 앞다퉈 찾는 이유는

여·야, 보수·진보진영 정치 셈법 제각각…"노 전 대통령과 인연 강조"

지역주의 극복·국민 추모공간 인식…지난해 80만명 방문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조기 대선 전망 속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이 부산하다.

대권 주자들이 이곳을 앞다퉈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외형상으로는 노 전 대통령 참배가 목적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과 봉하마을에는 좀 더 각별한 점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퇴임 후 귀향했다. 고향에서 살다가 서거해 그곳에 묻혔다.

다른 대통령들이 서거 후 국립묘지에 묻힌 점과는 다른 정치 의미가 있다.





여권 내 바른정당 대권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지난 8일 봉하마을을 처음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범보수' 단일화를 내세운 그는 이곳에서 "용감한 개혁"을 다짐하며 진보층 껴안기에 나섰다.

진보 진영 근거지인 봉하마을에서 진보까지 아우르겠다는 신고식을 했다.

보수진영 유력 대권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 후 첫 지역 방문지도 봉하마을이었다.






반 전 총장은 봉하마을에서 '대통합'을 내걸었지만 진땀을 흘렸다.

그는 그곳에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 무효화 경남행동 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바른정당 대권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봉하마을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보수 쪽 대권 주자들은 진영 내 지지자들 반감이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통 큰 행보' 카드로 봉하행을 선택한다는 것이 정가 분석이다.

야권 대권 주자 중 현재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봉하마을이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지낸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책 제목으로 냈듯 '운명'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봉하마을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을 잉태한 상징적 장소이면서 가장 든든한 정치 텃밭이다.

그는 지난달 설 연휴 때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조용히 참배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더불어민주당 2위 대권 주자로 떠오른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도 봉하마을은 정치 원군이다.






안 지사는 최근 '중도·보수 껴안기'에 나서며 문 전 대표와 차별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리틀 노무현'을 연상시키는 안 지사는 같은 뿌리인 문 전 대표와 적통 경쟁도 뜨겁다.

그는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다음 날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을 참배했다.

같은 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 5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이 시장은 이곳에서 인권 변호사가 돼 공정한 세상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노 전 대통령과 가장 닮았다고 자부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초반 지지율이 그다지 오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얼마든지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국민의당 대권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배신자'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봉하마을을 찾았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욕설과 고성을 감수했다.

대권 행보에 나선 안 전 대표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대목이다. 그는 대선 행보를 구체화한 뒤에는 봉하마을을 찾지 않았다.

정의당 대권 주자로 나선 심상정 대표는 지난 10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심 대표는 '친노(親勞·친노동자) 정부 수립하여 사람 사는 세상 만들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써 '친노(親盧·친노무현)'와 연결했다.






그는 "대통령이 추구한 사람 사는 세상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며 "대통령이 못 이룬 꿈, 제가 친노동자 정부를 통해 꼭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야권이나 진보 진영 대권 주자들의 봉하행은 진보와 개혁의 상징적 인물이면서 가장 충성도가 높은 친노 진영 표심을 자극하는 전략이라고 정치권은 분석했다.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을 온전히 실천했던 분"이라며 "그 새로운 각오와 출발을 다지는 장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봉하마을은 지난해 전국에서 관광과 참배 등을 위해 80만 명이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식지 않는 국민적 인기와 관심은 바로 대권 주자들이 봉하를 찾게 만드는 요인이다.

봉하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은 사자바위다. 사자바위 옆에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봉화산 정토원이 있다.

정토원 법당에는 노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영정·위패를 나란히 모셔 놓았다.

봉화산 정토원장 선진규(84) 법사는 "대권 주자들은 봉하마을 묘소에서 대통령을 닮겠다는 다짐과 계기를 만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choi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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