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령·당헌 손질하며 개혁의지 과시…재벌개혁 등 정책쇄신 눈길
인적쇄신 3명 당원권 정지로 종료…친박 득세 조짐에 비박계 불만 증폭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자유한국당이 정확히 5년간 사용해온 당명 '새누리당'을 강령·당헌의 핵심을 손질하면서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나섰다.
당의 간판과 정체성의 정수(精髓)를 담은 그릇을 교체하고 나선 것은 위기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위기 극복을 위한 강력한 쇄신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게 당 핵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기존 당명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당명 변경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당명 변경은 박 대통령과 관계없다는 것이 한국당의 공식 입장이지만, 계파 갈등과 분당 사태의 발단이 된 박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가 배경에 깔렸다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의 색깔을 지우고 반성과 쇄신으로 당을 바로 세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22일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직접 발표한 정책쇄신안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반성문에 가까웠다.
최순실 게이트에 악용된 기업 출연금 강제모금 관행 근절을 비롯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기업분할명령제도 도입 검토 등 기존 정통보수의 관점에서 보면 상전벽해에 가까운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책쇄신과 함께 대국민 사과와 반성투어 착수 등 윤리쇄신에도 힘을 기울였다.
인 비대위원장 주도로 지난달 11일부터 4차례에 걸쳐 전국을 돌며 '반성·다짐·화합을 위한 대토론회'를 진행했으며, 오는 14일부터 4차례에 걸쳐 전국을 누비며 쓴소리를 듣는 '반성·미래·책임, 국민속으로' 투어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정책·윤리쇄신에 당명 개정까지 불사할 정도로 개혁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절반의 쇄신'에 그쳤다는 게 당 밖의 대체적인 평가다. 당 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적쇄신이 용두사미에 그쳐 알맹이가 빠졌지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방해를 무릅쓰면서까지 상임전국위 개최를 강행해 윤리위원회를 재건하는 등 강력한 인적쇄신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 위원장 취임 초기 인적 청산의 '칼바람'을 예상했으나 이른바 '친박 8적' 중 서청원·최경환 의원만 당원권 정지 3년 처분을 받았고, 윤상현 의원은 당원권 정지 1년에 그쳤다.
나머지 주요 친박 의원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고, 박 대통령의 징계는 탄핵 결정이 날 때까지 보류하기로 하는 등 지도부가 미봉책을 택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때문에 '친박과는 같이 갈 수 없다'며 바른정당을 창당한 옛 동료 의원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는 것은 물론, 당에 남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불만도 증폭하는 분위기다.
특히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에 저항하는 '태극기 여론'을 등에 업고 친박계가 다시 득세하는 모습을 보이자 비박계의 불만은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나경원·정유섭 의원 등 비박계 의원 24명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태극기·촛불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여야 의원과 대선 주자들을 비판했다.
겉으로는 '태극기·촛불 집회'를 모두 비판했으나 실제로는 태극기 집회 참여를 선동하는 당내 친박계에 대한 반감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아무리 당명을 바꾼들 이대로는 '도로 친박당', '꼴통 보수'라는 소리만 듣는다"며 성토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의원 중 상당수가 애초 탈당 가능성이 제기된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2차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의 인적쇄신이 미봉책에 그친 이상 언제든지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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