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한테 쫓겨날라'…혹한에 美-캐나다 국경 넘는 난민 급증

입력 2017-02-14 01:05  

'트럼프한테 쫓겨날라'…혹한에 美-캐나다 국경 넘는 난민 급증

몇 시간 눈 헤치고 불법으로 국경 넘은 뒤 난민 신청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의 영향으로 미국에서 캐나다로 국경을 넘는 난민이 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반 이민' 방침 때문에 미국에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어두운 밤을 틈타 캐나다로 탈출하고 있다.

2013년에 소말리아를 떠나 미국에서 불법 거주해 왔던 바시르 유세프(28)는 최근 미국 미네소타 주 노예스를 출발해 세 시간 뒤 캐나다 땅인 에머슨에 도착했다. 보온성이 좋은 내의와 두터운 장갑으로 중무장한 뒤 600달러를 주고 고용한 가이드와 함께 국경 근처까지 이동했다.

국경 근처에서 가이드와 헤어진 뒤에는 눈덮인 산을 헤치고 거의 기다시피 해 작은 농촌도시인 에머슨에 이르렀다.

그는 국경을 넘기로 작정한 데 대해 "내게 뭐가 닥쳐올지를 봤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추방할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난민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 추방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칠 경우 소말리아로 쫓겨날 것으로 보고 미리 캐나다로의 탈출을 선택한 것이었다.

유세프가 도착하기 전에는 19명의 다른 아프리카 출신자가 캐나다 쪽 국경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한밤중에 강행군하느라 몸은 얼고 허기에 지쳐 있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2명의 가나 출신 난민이 북쪽의 한 도로에서 발견됐다. 열시간 가량 추위와 싸우느라 이들의 열 손가락은 심한 동상에 걸려 절단하기 직전 상황까지 갔다.

이처럼 미국과 맞닿아 있는 캐나다의 농촌도시를 찾는 난민이 증가해 국경사무소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자 시민들은 커뮤니티홀을 개방했다.

또 앞으로 난민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행정관청 관계자들은 경찰, 국경수비대 등과 최근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하기도 했다.

에머슨-프랭클린 지방의 행정관인 그렉 얀센은 "농부들은 봄에 눈이 녹은 이후에 들판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들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위와 허기에 지쳐 죽은 사람의 시체를 의미한 것이다.

난민들이 검문소를 통하지 않고 한밤중에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것은 미국과 캐나다 간 맺은 협정의 허점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국경검문소에 나타나 난민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일단 캐나다 땅에 들어온 뒤에는 쉽게 난민지위를 요구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와서 난민 신청한 사례는 많지 않았지만 작년 가을 이후 늘고 있다.

에머슨이 속한 캐나다 중앙의 매니토바 주 이민위원회의 집행 이사인 리타 채헐은 "1년에 고작 50∼60명이 난민신청해 왔는데, 작년 4월 이후에만 벌써 300명이 넘었다"고 전했다.

유세프처럼 어렵게 캐나다 땅을 밟았다고 하더라도 모든 게 희망대로 끝난 게 아니다. 난민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난민신청 후 통상 2∼3개월 이후에 청문회가 열리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2015년의 경우 캐나다에서 열린 난민신청에서 57.7%만 받아들여져 10명중 4명 이상이 고배를 마셨다.

su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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