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러시아 접촉' 거짓말까지 폭로되자 펜스 등 고위층 배신감 토로
정부관계자 "칼들이 플린을 겨냥"…트럼프 의리·파장탓 고민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보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경질 여부 등 처리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플린 보좌관이 지난달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꾸준히 접촉하면서 '대(對) 러시아 제재해제'를 논의하는 등 '대형 사고'를 친 사실이 언론에 의해 폭로됐기 때문이다.
미 언론은 백악관 등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와 '내통'한 플린의 경질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가 읽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현재 함구하고 있다.
플린 보좌관의 거취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질될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그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커졌으며 정부 고위관계자들 사이에서 그가 신임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을 "칼들이 플린을 겨냥하고 있다"(The knives are out for Flynn)는 문장으로 요약했다.
이러한 상황은 플린 보좌관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슬략 러시아대사와의 접촉이 처음 보도된 이래 플린 보좌관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에게 접촉 자체는 시인하면서도 '대 러시아 제재해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게 결국 '거짓말'로 드러난 탓이다.
플린 보좌관의 말을 믿고 언론에 그대로 전했던 펜스 부통령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등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플린의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있다"며 "플린이 거짓말을 했다는 게 백악관 내 광범위한 의견 일치다. 펜스 부통령도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느낀다"고 WP에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측근들에게 플린 보좌관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런 보도를 부인했다.
WSJ는 플린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 사과했다고 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인사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는 이 사안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10일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이 관련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에 관해 모른다. 본 적 없다. 무슨 보도를 말하나? 못 봤다. 알아보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을 닫은 채 고심에 빠진 것은 플린에 대한 의리와 안보사령탑 교체가 미칠 파장 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측 일부 관계자들은 플린 보좌관이 경질되지 않으리라고 본다"며 "경질 시 언론이 제기한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될 뿐 아니라 정권 초의 혼돈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사일도 발을 한 시점에 터져 나온 것도 부담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기간 자신을 전폭 지지해준 플린 보좌관을 3주 만에 경질하는 게 큰 부담일 것으로 분석된다.
정권 핵심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고문이나 프리버스 비서실장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 승리한 뒤에야 캠프에 올라탔지만, 플린 보좌관은 경선 기간부터 시종 전국을 돌며 트럼프를 지지하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비판하는데 총대를 멨던 인물이다.
CNN은 한 정부 고위관리를 인용해 "플린 보좌관이 사임하거나 경질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보좌관을 매우 아끼며 어떤 누구보다 두 사람의 인연이 오래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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