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의 반(反) 유로·반 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대안당)이 수도 베를린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의 정당성을 비판한 지역당 대표를 출당하기로 했다.
대안당 지도부는 13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지난달 한 연설에서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수치스러운 기념물이라고 비난하며 과거사 기억의 문제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뵈른 회케 튀링겐주(州) 대표의 출당 조처를 결정했다고 포쿠스온라인 등 독일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과거에도 극우 국가민주당(NPD)에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인종주의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뵈른 회케 대표는 연설에서 국가가 나서서 나치 과거사를 참회하고 속죄하는 것 역시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독일 도처에 있는 기념물과 기념관을 통한 과거사 '기억의 문화'에 대해서도 "독일인이 마치 무자비한 정복자인 양 느끼게 한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안당은 애초 유로화 사용 반대 등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주도 세력을 구축했지만 창당 멤버들이 대거 탈당한 데다 난민 위기에 편승한 우익세력과 반 이슬람 지지층이 많이 유입되면서 지나치게 우경화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창당 만 4년을 맞은 대안당은 그러나, 오는 9월 총선을 통해 연방하원 입성을 예고하고 있다.
대안당은 작년 이래 최근까지 정당지지도가 10∼15% 박스권을 지키며 중도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에 이어 사실상 제3당에 자리하고 있다.
독일 정치권은 종전까진 대안당의 의회 진입 자체도 큰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지만, 이 정당의 지지율이 꺼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고 입성하느냐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만약 대안당의 총선 지지율이 치솟아 기존 연정 파트너 정파인 전통적 제3당들을 밀어낸다면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 간 대연정이 아니고서는 연정 구성 자체가 안 되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안당은 지금까지는 주요 기성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는 원천 배제되는 '정권 참여 불가 정당'이다.
한편, 지도부의 결정에 회케 대표 자신은 모종의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다고 주장하며 당의 분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반발했고, 당내 우파인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당수도 회케가 출당되지 않을 것이라며 가세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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