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왕 정말 '분칠'한 화랑이었을까"…드라마 속 상상과 역사

입력 2017-02-14 09:57   수정 2017-02-14 10:43

"진흥왕 정말 '분칠'한 화랑이었을까"…드라마 속 상상과 역사

화랑끼리 합숙·백제사절단 '허구'…일부 인물·원화제도는 '실존'

제작진 "청춘사극보단 청춘물…'화랑'에 대한 판타지 실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신라의 전성기를 이끈 진흥왕. 왕이 되기 전 소년 삼맥종으로서 귀족 자제들과 함께 먹고 자고 부대끼며 문무를 갈고 닦는다. 동료와는 검술뿐만 아니라 한 여인을 두고도 경쟁을 벌인다.

역사적으로 생각해보면 발칙한 상상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KBS 2TV 드라마 '화랑'은 그동안 여러 문화콘텐츠에서 다뤄왔던 화랑의 스테레오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

화장을 넘어 섬뜩할 정도로 얼굴에 하얀 분을 칠하고 입술엔 피처럼 시뻘건 물을 들인 채 전장에 나서는 모습보단, 성장통을 겪는 고대의 '아이돌'에 가깝다.

화랑은 고대사에 속하는 만큼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많은 소재 중 하나다. 여러 상상 중 하나를 풀어낸 드라마 '화랑' 속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일까.






◇ "왕은 화랑이 될수 없다. 합숙도 허구"

'삼국사기'에 따르면 화랑(花郞)은 진흥왕 초기에 젊은 인재를 선발할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이것도 확실한 기록은 아니지만 적어도 '삼국사기'에 따르면 소년 진흥왕이 화랑에 들어가 생활한다는 드라마의 설정은 허구다.

다만 학계에서 위서 논란이 있는 필사본 '화랑세기'는 드라마처럼 진흥왕의 어머니인 지소태후가 화랑을 조직했다고 적고 있어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화랑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찾기가 어렵지만 '화랑세기'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 현대 창작물들은 위서 논란에도 필사본 '화랑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전덕재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14일 "드라마에서 가장 팩트가 아닌 것을 먼저 찾아보자면, 왕은 화랑이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현대의 아이돌이 숙소 생활을 하듯 드라마 속 화랑들이 다 함께 숙식하며 수련하는 것에 대해서도 "화랑 1명에 500∼1천명의 낭도가 따른다. 화랑과 낭도가 합숙할 수는 있었겠지만 화랑끼리의 합숙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 화랑의 전신 원화…정말 지소태후가 찍었나

화랑의 기원은 아름다운 여성들로 구성된 원화(源花)였다. 그러나 남모와 준정이라는 원화가 시기심으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폐지됐고 귀족 가문의 곱상하고 총명한 남자아이들로 구성된 화랑으로 부활했다고 전한다.

지난 13일 방송된 '화랑'에선 남모와 준정의 이야기가 얼핏 언급됐다. 바로 지소태후가 여주인공 아로를 원화로 삼아 원화의 운명으로 살게 하겠다고 '협박'하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서 지소태후가 남모가 죽은 후 자신의 손으로 준정을 죽여버리는 회상 장면이 오버랩되며 '원화의 운명'이란 곧 죽음을 뜻하는 것으로 극 중에서 볼 수 있다.

전 교수는 "진흥왕 초기 지소태후가 섭정했기 때문에 태후가 원화제도를 사실상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고, 그 원화를 태후가 지명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이야기는 사실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백제 사절단·백성 앞 공연 등은 '상상'

드라마 속 굵은 에피소드 중 하나로 숙명공주가 화랑을 이끌고 백제에 친교사절단으로 행차하는 부분 역시 아리송하다.

기존에 화랑을 다룬 영화 '황산벌' 등을 보면 세속오계의 '임전무퇴'를 끊임없이 되뇌는 화랑이 백제에 친교를 하러 갔다는 건 상상하기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화랑들이 아이돌처럼 백성들 앞에서 공연하고 인기를 얻는 모습도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내용일지 의문이다.

다만 화랑들이 지었다는 여러 향가나 바위 속 글씨들이 현재까지 전하는 것으로 봐서는 백성들 앞 무대까지는 너무 나간 상상이더라도 문무뿐만 아니라 풍류와 예술에 능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이밖에 화랑의 교육을 관장하며 지소태후에게 대등하게 맞서는 풍월주의 모습 역시 '화랑세기'에만 나오는, '삼국유사' 등에선 등장하지 않는 명칭이다. 풍월주라는 명칭은 '화랑세기'를 제외하면 15세기 이후가 돼야 등장한다.






◇ 드라마 속 실존인물과 상상 속 캐릭터

그렇다면 드라마 속 인물 중에선 누가 실존 인물일까. 일단 진흥왕과 그의 어머니 지소태후, 태후의 딸 숙명공주, 그리고 지소태후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박영실, 백제의 위덕왕 정도가 실제 신라 시대에 살았던 인물로 보인다.

그 외에 주인공 무명과 아로, 나머지 화랑은 모두 가상의 인물로 봐야 맞을 것이다. 다만 무명의 정체를 두고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김유신 장군의 할아버지이자 가야의 후손 김무력 장군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진흥왕과의 관계 등은 픽션으로 볼 수밖에 없다.

철저하게 '금수저', 최소한 '은수저'들의 집단인 화랑에 신분이 공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년 진흥왕과 무명이 어렵지 않게 들어간다는 것 역시 작가의 상상력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 "'화랑'은 청춘사극이라기보다 청춘물…판타지 실현"

드라마 속 실제와 허구에 대해 제작진은 '화랑'은 기존 퓨전 사극처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조금 더한 게 아니라, 현대의 청춘물에 역사적 사실을 양념처럼 넣어 판타지를 실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최지영 KBS CP는 "'청춘사극'이라기보단 '청춘물'에 가까운 게 우리 드라마"라며 "일부 역사 속 실재 인물들을 가져왔지만 화랑 등 삼국시대에 대한 기록은 현재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에 구애받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지소태후와 박영실은 실제로 부부였고, 지소태후는 자신의 작은아버지와 결혼해 진흥왕을 낳았다. 드라마에선 그런 얘긴 다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왜 '화랑'인가.

최 CP는 "청춘 드라마에 대한 호응은 늘 컸다"며 "그러나 현대물에서는 재벌 아들딸만 보여주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그래서 역사 속 판타지를 가진 화랑을 가져와서 '있었을 법한 얘기'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꽃청춘'들의 성장기를 그린 20부작 '화랑'은 매주 월·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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