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언론성명에 6자회담 당사국 모두 北에 등돌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감행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까지 비난하고 나서면서 김정은 북한 정권이 궁지에 몰렸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그나마 '우군' 역할을 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냄에 따라 북한을 향한 각국의 제재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북핵 6자 회담 당사국 중 북한을 뺀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모두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규탄에 나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4일 중국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대북제재와 관련해선 '민생 문제'를 내세우며 극단적인 제재방안에는 반대하는 식으로 북한을 감쌌다.
한미일 3국이 대북 제재에 무게를 둔 북한 문제 해법을 제시했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조속한 6자회담 재개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이번에는 다르다. 북한에 대한 '반감' 표시의 톤이 높은 편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의 반응은 기존 수십 차례 미사일 발사 때보다 세진 것 같고 중국도 여러 가지 고심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13일 중국 외교부는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결의안 위반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관련 국가들과 협력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에 분명히 반대한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에서 조만간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데 중국도 책임감 있고, 건설적인 태도로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 당국이 "관련 각방이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반대를 표명함으로써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에 책임이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개입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공보실 명의의 논평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들에 대해 또 한 번의 도발적 무시로 평가한다. 이는 유감과 우려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한 톤으로 북한을 겨냥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예측할 수 없는 북한의 행동이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새로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북한의 지속적 핵·미사일 전력 강화 노선은 추가적 정세악화를 초래할 것이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관한) 새로운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1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고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언론성명 채택에 만장일치로 신속하게 합의했다.
성명은 동북아 정세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만큼 북한에 추가 도발 자제와 국제의무 준수를 촉구하는 한편, 북한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하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 중대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를 담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의사 표명은, 절제된 표현이지만 강한 톤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와 맞물려 이전보다 강한 대북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1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면서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고 취임 후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대북 강경노선을 밝혔다.
이미 중국에서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갑자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뚱보'로 비하하는 표현이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부터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에서 김정은을 희화화한 '진싼팡'(金三반<月+半>·뚱보 3세)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대거 뜬다. 지난해 말에 차단됐던 이 검색어가 다시 풀린 셈이다.
중국이 진싼팡 검색을 차단했던 것은 북한 당국이 중국 측에 중국 언론뿐 아니라 국민이 김 위원장을 진싼팡으로 부르지 말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 다시 검색이 가능해진 배경에 대해 일종의 보복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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