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일본서 들여온 2마리 중 1마리"…부검해 사인 규명
환경단체 "돌고래 전시·수입 영구 중단해야"…고래관광 '직격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동물 학대' 논란 속에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이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가 5일 만에 폐사했다.
애초 동물보호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강행한 돌고래여서 논란이 거세다.
2009년 개관 이래 수족관에서 폐사한 개체 수가 6마리로 늘어남에 따라 고래생태체험관에는 '돌고래 무덤'이라는 오명이 붙었고, 이와 함께 고래문화특구 장생포의 고래관광도 전례 없는 위기를 맞게 됐다.
◇ "잘 지내던 돌고래, 먹이 거부 후 7시간 만에 폐사"
고래생태체험관은 14일 오전 남구청 프레스센터에서 돌고래 폐사 사실을 발표하면서, 폐사 당일 돌고래 증상과 조처사항 등을 설명했다.
체험관에 따르면 지난 9일 수입된 돌고래 2마리 중 1마리는 13일 오후 9시 15분께 죽었다. 수족관 반입 닷새 만이다.
몸길이 262㎝, 무게 184㎏의 4∼5세 암컷 큰돌고래인 폐사 돌고래는 8일 오전 7시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정을 출발, 약 32시간 만에 울산에 도착했다.
뱃길 700㎞, 육로 300㎞ 등 1천㎞를 이동한 이들 돌고래는 적응과 안정을 위해 수족관과 따로 떨어진 보조 수조에 수용됐다.
폐사한 돌고래는 13일 오전 9시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당시 남구 촉탁직 수의사와 고래연구센터 연구사 등이 돌고래 상태를 점검했다.
이 돌고래는 9시 30분께 고등어 1.3㎏을 먹는 등 섭이(먹이를 먹음)에도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오후 2시 먹이를 처음 거부했다. 사육사들은 개인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수의사에게 먹이 거부에 대해 문의했으나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오후 3시 30분께에는 수면에 떠 있는 혈변이 발견됐다.
사육사들은 혈변을 채취해 재차 수의사에게 문의했고, 오후 6시께 수의사가 체험관을 찾아 돌고래를 살폈다.
당시 돌고래에게 수액과 항생제 투약 등의 조처가 이뤄졌다.
이 돌고래는 그러나 오후 9시께부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에도 9시 15분께 끝내 죽었다.
담당 수의사는 '급성 바이러스 감염'을 원인으로 추정했으나,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체험관은 경북대 수의대 부속 동물병원에 폐사 돌고래 부검을 의뢰, 사인을 규명하고 있다.
◇ "예견된 결과"…작렬하는 비판 여론
동물보호단체들은 야생의 돌고래를 좁은 수족관에 가두는 것 자체가 돌고래를 학대하고 죽음에 노출하는 일이라며 반발해 왔다.
지능지수가 80에 달하고, 넓은 영역에서 무리 지어 사회생활을 하며, 수족관에 갇혀서는 번식이 어려운 특성을 들어 돌고래를 '비인간 인격체'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자연환경에서 30∼50년인 돌고래 수명이 수족관에서는 20년 안팎 수준이다.
특히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의 1년 생존율은 30∼50%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서는 총 6마리가 태어나 5마리가 죽어 생존율이 17%에 그친다.
이런 반대에도 체험관은 돌고래 수입을 강행했고, 결국 한 마리가 닷새 만에 폐사했다.
2009년 개관한 체험관에서는 앞서 5마리의 돌고래가 죽었다.
이로써 체험관이 지금껏 수입한 돌고래 8마리와 수족관에서 태어난 2마리 등 총 10마리 가운데 6마리가 죽은 셈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모두 예견된 결과라며, 돌고래 수입과 사육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금으로 운영하는 울산 남구청이 돌고래 5마리의 폐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수입을 강행하다가 한 마리를 더 죽인 것"이라며 울산 남구청·환경부·해양수산부를 '생태맹(生態盲)'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남구청에 "돌고래 수입과 폐사에 대해 즉시 사과하고 영구적인 돌고래 수입 중단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녹색당도 이날 논평을 내 "고래의 보금자리는 수조가 아니라 바다"라며 현재 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돌고래 네 마리도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가칭 '울산 남구청 돌고래 수입반대 공동행동'도 남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 돌고래 폐사는 돌고래의 생태적 가치와 동물복지에 얼마나 무지한지를 적나라하게 증명한 사례다"면서 "예산 절감을 위해 비행기가 아닌 배로 돌고래를 옮겼고, 돌고래를 실은 트럭을 최고 시속 80∼90㎞으로 운행한 결과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성명을 내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앞서 돌고래 5마리가 폐사한 고래생태체험관에 '부실 관리로 추가 폐사가 발생할 경우 신규 수입을 금지한다'는 전제로 수입허가를 내줬다"면서 "환경부 등은 수족관에 남아 있는 돌고래의 안전과 관리방안을 점검하고, 앞으로 돌고래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관광객 끌던 돌고래가 부메랑 돼 악재로…고래관광 직격탄
장생포는 국내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번성했으나,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조치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울산시 남구는 마을에 남은 고래잡이 역사와 문화가 관광자원으로 적합하다고 판단, 2005년 고래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고래생태체험관과 고래문화마을 등 관련 인프라를 잇달아 조성했다.
그런 노력으로 장생포는 한해 9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됐다.
그동안 고래생태체험관의 수족관 사육을 두고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남구는 수족관 운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장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인기 시설일 뿐 아니라, 고래도시의 역사와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대표 시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래생태체험관 관람객은 개관 이듬해인 2010년 28만7천명에서 2015년 44만4천900명으로 5년 만에 55%나 증가했다.
그러나 수입되거나 태어난 돌고래 10마리의 과반이 넘는 6마리가 수족관에서 폐사함에 따라 비난 여론은 비등해졌고 고래관광은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는 고래생태체험관을 포함해 총 8개 시설에서 40여 마리의 돌고래가 사육되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이번 돌고래 폐사에도 고래생태체험관은 정상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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