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비판 속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개관 후 6마리 폐사
고래관광도시 추진 시책 직격탄…돌고래 추가 수입 힘들 듯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수족관 전시용 돌고래가 수입 닷새 만에 폐사함에 따라 돌고래 사육·전시 관광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잇단 수족관 돌고래 폐사로 고래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던 고래문화특구 장생포도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야생의 돌고래를 좁은 수족관에 가두는 것 자체가 돌고래를 학대하고 죽음에 노출하는 일이라며 반발해 왔다.
특히 지능지수가 80에 달하고, 넓은 영역에서 무리 지어 사회생활을 하며, 수족관에 갇혀서는 번식이 어려운 특성을 들어 돌고래를 '비인간 인격체'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자연환경에서 30∼50년인 돌고래 수명이 수족관에서는 20년 안팎 수준이다.
특히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의 1년 생존율은 30∼50%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서는 총 6마리가 태어나 5마리가 죽어 생존율이 17%에 그친다.
이런 돌고래를 고래생태체험관은 1박 2일에 걸친 수송 끝에 지난 9일 일본에서 들여왔다.
8일 오전 7시께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정을 출발한 돌고래 2마리는 뱃길 700㎞, 육로 300㎞ 등 1천㎞가량을 약 32시간 만에 이동해 울산에 도착했다.
돌고래들은 적응과 안정을 위해 수족관 보조 수조에 수용돼 관리됐으나, 결국 1마리가 닷새 만인 13일 오후 죽었다.
2009년 개관 이후 폐사한 돌고래가 6마리로 늘어나면서 고래생태체험관은 '돌고래 무덤'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어렵게 됐다.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수입한 4마리와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2마리가 폐사했다.
무엇보다 돌고래를 일본 다이지에서 들여왔다는 점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이지는 '몰아가기 포획'이라는 무차별적 방법으로 돌고래를 포획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 포획법은 여러 척의 선박이 돌고래가 싫어하는 금속음으로 고래를 항만 안쪽으로 몰아 잡는 방식이다.
이런 잔인성 때문에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는 2015년 5월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JAZA)의 회원 자격을 정지하기로 했다.
결국 JAZA는 '다이지에서 잡은 돌고래를 쓰지 않겠다'고 백기 투항하면서 회원 자격을 회복했다.
그러나 다이지 고래박물관은 JAZA 탈퇴를 선언하면서까지 돌고래 포획과 판매를 고수했고, 이렇게 잡히고 팔리는 돌고래를 고래생태체험관이 들여온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돌고래를 실은 트럭을 시속 70∼80㎞로 운행하는 등 이송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 열악한 수족관 환경, 관리부실 등을 들어 돌고래 사육·전시 철회를 요구하는 등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 단체는 또 돌고래 수입 영구 금지, 전시 돌고래 방류, 돌고래 수입·폐사 책임자 처벌, 먹이 주기를 가장한 돌고래쇼(생태설명회) 즉각 금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성명을 내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앞서 돌고래 5마리가 폐사한 고래생태체험관에 '부실 관리로 추가 폐사가 발생할 경우 신규 수입을 금지한다'는 전제로 수입허가를 내줬다"면서 "환경부 등은 수족관에 남아 있는 돌고래의 안전과 관리방안을 점검하고, 앞으로 돌고래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장생포 고래관광은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장생포는 국내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번성했으나,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조치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울산시 남구는 마을에 남은 고래잡이 역사와 문화가 관광자원으로 적합하다고 판단, 2005년 고래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고래생태체험관과 고래문화마을 등 관련 인프라를 잇달아 조성했다.
그런 노력으로 장생포는 한해 9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됐다.
그동안 고래생태체험관의 수족관 사육을 두고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남구는 수족관 운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실제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인기 시설일 뿐 아니라, 고래도시의 역사와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대표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되거나 태어난 돌고래 10마리의 과반이 넘는 6마리가 수족관에서 폐사함에 따라 앞으로 비난 여론은 비등해지고 고래관광은 직격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는 고래생태체험관을 포함해 총 8개 시설에서 40여 마리의 돌고래가 사육되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이번 돌고래 폐사에도 고래생태체험관은 정상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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