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반체제 작가 '반디' 소설은 북한인권 교과서"

입력 2017-02-14 15:36  

"北 반체제 작가 '반디' 소설은 북한인권 교과서"

"1950년생 남성 작가"…소설집 '고발' 개정판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한 탈북민은 반디 선생의 소설집 '고발'을 북한 인권 교과서라고 표현했습니다. 선생의 가장 큰 소망이 책 발간이었고 그로 인해 여러 위험이 닥치더라도 북한의 상황을 외부에 알림으로써 만족하실 분이라는 점을 대신 말씀드립니다."

북한에 거주하는 반체제 작가로 알려진 반디(필명)의 소설집 '고발'이 출판사 다산책방에서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작가가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넘긴 원고가 2014년 책으로 묶여 나온 바 있다. 개정판에서는 '있습네다' 같은 북한말을 원문 그대로 되살리고 일부 지명과 인명은 작가의 안전을 고려해 바꿨다.

2013년 원고를 입수해 국내에 소개한 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디의 작품을 '북한인권 교과서'라고 표현했다. '고발'에 실린 단편소설 7편은 전체주의 사회가 주민에게 가하는 억압을 실감나게 그린다. 도시'에서 창밖으로 김일성과 마르크스의 초상화를 본 아기가 눈이 뒤집히며 경기를 일으킨다. '지척만리'는 노모가 위급하다는 전보를 세 차례나 받지만 '1호 행사' 때문에 여행이 제한돼 피붙이의 임종을 지키지 못할 처지가 된 광부의 이야기다.






'고발'이 국내에 출간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작가가 실제 북한에 거주하는지에 대한 의문만 커졌을 뿐 작품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도 대표는 반디에 대해 "1950년생의 남성 작가"라며 "북한에 지금도 생존해 계신다. 저희 증언 외에는 입증할 방법이 없지만 저희만 가지고 있는 '표식'으로 관광객을 통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발'은 오히려 외국에서 관심을 모았다. 2014년 프랑스어판을 시작으로 일본어·포르투갈어판이 잇따라 출간됐다. 다음달까지 영국·미국·캐나다·독일·핀란드 등 모두 20개 국에 소개될 예정이다. 영어 번역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옮긴 데버러 스미스가 맡았다.

소설에는 '삐여지다'(일정한 한계나 범위를 벗어나다), '호함지다'(탐스럽다), '나가너부러지다'(일정한 거리에 뿌려져 바닥에 맥없이 축 늘어지다)처럼 웬만한 한국인에게도 낯선 표현이 수시로 등장한다. '고발'을 외국에 소개한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 과정에서 언어에 대해 저희에게 질문하거나 문의한 적은 없다. 영어권 독자에게 익숙한 문체의 스미스가 번역했기 때문에 좀더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을까 싶다"며 "문학적으로도 훌륭하다는 이야기가 여러 언어권 편집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소설의 저작권은 북한인권운동단체인 행복한통일로가 작가에게서 위임받은 상태다. 인세 수입의 절반은 작가와 그 가족에게 일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적립하고 나머지는 '반디통일장학금' 지급과 책 홍보에 쓰고 있다.

도 대표는 작가가 소설과 함께 보내온 시 50편의 원고를 다음달께 시집으로 엮어 펴낼 계획이다. 다음 달 28일부터 나흘간 '고발'을 번역·출간한 외국 출판 관계자와 북한인권운동가 등을 초청해 북한 반체제문학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연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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