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6원 급락…글로벌증시 훈풍 '빛바래'
외국인 이달들어 6천억원 이상 누적 순매도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코스피가 14일 원/달러 환율급락에 외국인이 차익실현 매물을 대거 쏟아내는 바람에 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간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증시 호조가 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개장초 지수가 한때 2,08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한순간에 그쳐 빛이 바랬다. 지수는 결국 2,070선 초반으로 물러났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4.6원 떨어진 1,137.4원에 마감했다. 환율급락은 외국인들의 환차익을 노린 매도를 대거 부추겼고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08포인트(0.20%) 내린 2,074.5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0.65포인트(0.03%) 오른 2,079.30으로 출발한 뒤 곧바로 2,081.59까지 올랐다.
간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개편안 기대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고, 유럽 주요국 지수도 일제히 올라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그러나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밀려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서 약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오전 11시께 개인 투자자까지 매도우위로 돌아서자 낙폭이 커지면서 오후 한때 2,070선을 내주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하루 만에 '팔자'로 돌아서 1천27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지난 1월 1조6천396억원 누적순매수를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6천110억원 매도우위로 돌아섰다. 개인도 이날 1천375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부담을 줬다.
기관이 홀로 2천61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가 순매도, 비차익거래는 순매수를 보인 가운데 전체적으로 289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전체 거래량은 3억2천748만9천주, 거래대금은 4조3천808억원을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지만, 우리 증시가 그 장단에 맞춰 흘러가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준에 대한 부담도 있고 외국인 수급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증시로 유입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 대만에서는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환율보고서에 대한 우려감과 중국과 미국 간 무역분쟁 가능성 등이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업종별로는 등락이 엇갈렸다.
철강·금속(1.06%)의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운송장비(0.79%), 종이·목재(0.60%), 운수창고(0.58%)가 소폭 올랐다.
전기가스업(-1.28%)과 전기·전자(-1.07%)는 1%대의 약세를 보였고, 섬유·의복(-0.66%), 증권(-0.47%) 등은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대장주' 삼성전자[005930](-1.00%)가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고 SK하이닉스[000660](-4.44%), NAVER[035420](-3.14%), 한국전력[015760](-1.56%)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POSCO[005490](1.44%)는 철강 업황이 올해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현대모비스[012330](2.06%)와 아모레퍼시픽[090430](1.06%)도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호텔신라 우선주[008775](15.05%)가 이틀째 급등세를 이어갔다. 한국콜마홀딩스[024720](15.08%)도 호실적에 힘입어 급등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40포인트(0.07%) 내린 611.54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1.29포인트(0.21%) 오른 613.23으로 개장한 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밀려 이내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은 14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루 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섰고, 기관은 304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코넥스시장에서는 총 106개 종목에서 거래가 체결됐고, 거래대금은 9억3천만원 수준이었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