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출신 탈북민들이 전한 北 고사총 처형의 참상
"'따다닥' 소리에 사람 형체 사라져…공포감 상상 초월"
(서울=연합뉴스) 곽명일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반당·반혁명분자'로 지목된 북한의 고위층 간부들이 고사총으로 처형되는 끔찍한 장면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연합뉴스가 15일 탈북자 단체인 북한전략센터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고위직 출신 탈북자들은 이 단체와의 인터뷰에서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김정은이 고안한 고사총 처형을 지켜본 간부들은 심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단체인 북한전략센터와 NK워치, 북한민주화위원회는 김정은의 인권말살행위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비롯해 엘리트 출신 탈북민 6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 대부분은 인터뷰를 통해 북한 역사에서 김정은 시대의 고사총 처형과 같은 잔혹한 처벌은 전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고사총은 구소련이 개발한 구경 14.5mm ZPU 중기관총으로, 주로 포신 4개를 결합해 지상이나 해상에서 공중 목표물을 격추하기 위해 만든 대공화기이다.
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인 김 모 씨는 "김정일 사망 후 애도 기간에 술을 마셨다는 죄목으로 인민군 부총참모장(성명 미상)을 처형할 때 처음으로 고사총이 등장했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장성택의 측근인 장수길 노동당 부부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고사총 처형 참상도 상세히 설명했다.
장수길 부부장의 경우에는 고사총으로 쏴 죽이고, 탱크로 뭉개버려 시체가 없다면서 공개 처형 장면을 한번 보고 나오면 누구라도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김정은에게 대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총살도 평양 인근의 강건군관(장교)학교에서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면서 처형 수단은 역시 고사총과 탱크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직위가 높은 고위급 간부들은 처형장에 참석시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처형 장면에 대해 전해듣는 것만으로 보는 것 이상의 공포를 유도하려는 김정은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인민무력성 출신인 탈북민 이 모 씨는 리룡하 노동당 제1부부장과 장수길 노동당 부부장의 처형 현장에 참석했던 지인의 말을 인용,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리룡하와 장수길은 처형 전 심한 구타를 당해 처참한 모습으로 단상에 끌려 나왔고, 그들 앞에는 고사총 8문에 1천여 발의 총탄이 장전돼 있었다.
이후 사격명령이 떨어지자 '따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4초 동안 총탄이 발사됐고, 사람의 형체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이 씨는 말했다.
아울러 국가보위성 출신 박 모 씨는 김정은에 의해 100여 명의 고위층 간부들이 고사총으로 처형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찾아 이 같은 처형의 참상을 담은 자료를 제출하고 김정은의 처벌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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