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성소수자 행정명령 무산시킨 '뉴요커'… 맏딸 이방카 부부 영향?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가측성을 또 다시 보여주고 트럼프 대통령 맏딸 부부의 영향력을 짐작케 하는 사례가 나왔다.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13일(현지시간) 한 국무무 대변인을 인용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임명됐던 미 국무부의 '성소수자(LGBT) 인권 특사' 랜디 베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쫓겨나지 않고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베리는 보수적인 복음주의 기독교파들이 "오바마의 최고 동성애 활동가"라고 조롱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 국무부에서 청소해야 할 친 성소수자 외교관들중 1호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포린 폴리시는 베리의 유임소식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내각과 고위 보좌진은 강성 보수성향이지만, 맏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뉴욕의 세계주의적인 사조에 물든 인물들인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성소수자 보호조치를 철회하는 반 LGBT 행정명령에 서명할 뻔 했으나 이방카 부부의 개입으로 도리어 '보호 성명'이 나오게 됐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보도한 바 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 남녀 성별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는 간성(Intersex)까지 포함해 LGBTI로 불리기도 한다.
성소수자 인권 특사는 오바마 행정부 때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를 지원하기 위해 신설된 자리로, 2015년 2월 베리가 최초로 임명됐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인 지난해 12월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인 가족연구위원회(FRC)는 당시 트럼프 당선인에게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모두 뒤엎고 국무부 안의 자유주의 정책 '활동가들'을 샅샅이 찾아내 쫓아내야 한다"고 읍소했다.
보수 단체들은 성소수자 인권 특사가 미국 정부 안에 "LGBTI 의제를 주입"하려는 시도이자, 친 동성애 교과서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세계 다른 나라들을 협박하기 위한 자리라고 공격하고 있다.
베리는 이를 의식해 다른 나라들에 동성결혼을 허용하라고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들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도록 설득하는 게 주된 역할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과도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처신해 왔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그는 지난해 초 아시아 순방길에 한국을 방문,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방송인 하리수,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등과 오찬을 함께 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베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퇴임하기 직전 국무부의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의 부차관보에도 임명돼 두 자리를 겸하게 됐다.
국무부의 한 대변인은 베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겸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포린 폴리시에 밝혔으나,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정무직과 직업관료들이 이미 지난달 다수 쫓겨났음에도 베리 특사는 유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렉스 틸러슨 신임 국무장관은 지난 2010~2011년 미국 보이스카우트연맹 총재로 있으면서 보이스카우트 조직의 동성애 권리 보호를 추진했으며, 보이스카우트연맹은 틸러슨이 이 연맹 이사로 있던 2013년 동성애자의 보이스카우트 가입 금지를 취소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설명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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