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사법당국, 백악관에 플린 거짓말 지난달 보고"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백악관 안보사령탑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 속에 사퇴하면서 미국 정가에 만만찮은 파장이 일고 있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 보좌관의 '러시아 접촉 거짓 보고'를 백악관이 인지했지만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면서 민주당이 공세를 강화하는 형국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었다가 해임된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이 지난달 백악관의 한 고문에게 플린 관련 사항을 얘기했다고 보도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플린의 보고로 그가 러시아의 협박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플린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면서 '대(對)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폭로돼 난처한 입장에 내몰렸다.
특히 플린이 제재 해제 논의 사실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거짓 해명을 함으로써 문제가 더욱 커졌다. 결과적으로 펜스 부통령이 언론에 나서 거짓을 말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플린은 펜스 부통령에게 러시아 제재 논의가 없었다고 장담했지만 미국 관리들이 입수한 대화록을 보면 러시아 제재 얘기가 나온다"며 내정자 신분이었던 플린이 러시아 대사와 접촉한 게 '로건법'(Logan Act) 위반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로건법은 민간인의 외교정책 관여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WP는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으로부터 플린 관련 사항을 보고받은 이후 몇 주간 거짓 주장이 계속 나오는데도 백악관이 이를 내버려 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논란 끝에 플린은 결국 이날 오후 9시께 트럼프 대통령에 사임 의사를 밝힌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을 받아들이면서 플린은 초단명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백악관의 한 고위급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람 자르는 걸 즐기지 않기 때문에 플린이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히도록 며칠간 시간을 줬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면서 '넌 해고야'란 말을 유행시키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점을 고려하면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백악관 안보사령탑이 물러나자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 혼란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미 민주당은 플린의 사퇴로 문제가 끝난 게 아니라며 공세를 강화할 태세를 취했다.
민주당 하원의 존 코니어스(미시간) 의원과 일라이자 커밍스(메릴랜드) 의원은 공동 성명을 내고 플린 사퇴 문제와 관련한 기밀 브리핑을 의회에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미 사법당국이 백악관 고문에게 플린이 러시아 정부와의 소통 관련 거짓 정보를 줬다는 경고를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명백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에릭 스월웰 하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플린의 사임으로 "얘기가 끝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 의원은 "플린이 사임으로 올바른 일을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 연계를 둘러싸고 답이 제시되지 않은 너무 많은 질문이 있다"고 말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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