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사려는 사람 2∼3배 늘어"…"고향 잃을 수 있어 불안"
(군위·의성=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땅값 상승이나 보상 때문인지 사겠다는 문의만 많고, 팔겠단 사람은 없어요."
통합대구공항 이전 예비후보지인 경북 군위군 우보면에서 부동산을 중개하는 A 씨는 15일 "부동산 매물이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유력 예비후보지로 꼽힌 뒤로 군위 우보면, 군위 소보면·의성 비안면 주민은 둘로 나뉘었다.
한쪽은 "고향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고 다른 쪽은 "땅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로 곳곳에는 '단군이래 지역 최대 국책사업'이라고 공항 유치를 찬성하는 플래카드와 '소음공해 군민 다 죽인다'는 반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공항을 유치하면 땅값을 보상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부동산 매물은 사라졌다.
우보면 공인중개사 B 씨는 "평소보다 땅을 사려는 손님은 2∼3배 많은데 나와 있던 매물 80%는 들어갔다"며 "공항 예비후보지가 최종 결정되고 나서야 매물이 다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위와 의성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두 지역은 지난 10년 동안 땅값이 꾸준히 상승했다.
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떠오르기 전 농지는 평당 가격이 15만∼20만원, 싼 곳은 5만∼6만원이었다. 당시에는 투자금액 1억원 미만인 실수요자가 땅을 찾았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새에는 4억∼5억원 이상을 쥔 큰 손들이 대구 등에서 찾아온다고 한다.
땅 주인들은 조금씩 매매가를 높여 부르다가 이제는 아예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 공항 건설에는 땅 15.3㎢(460만평)가 필요하다. 두 후보지는 대구시청에서 차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다. 대구시청에서 우보까지 37㎞, 의성 비안·군위 소보까지는 64㎞에 이른다.
군위 소보면·의성 비안면 부동산 시장도 기대심리에 꿈틀거리고 있다.
비안면 공인중개사 C 씨는 "예비후보지에서 거리가 떨어진 탑산온천 쪽까지 부동산 매입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공항이 들어오면 인근 지역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D 씨는 "공항이 들어서면 소음 때문에 골치가 아플까 봐 땅을 사려던 실수요자가 거래를 취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우보면에는 최근에 매실과 복숭아 묘목을 촘촘히 심어둔 농지도 더러 있다. 공항 이전 후보지가 되면 보상금을 더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나돈다.
소보면 주민 E 씨는 "외부 사람이나 투기에 관심이 있지, 실제 주민은 앞으로 고향을 잃을 수도 있어 마음이 안 좋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간간이 전봇대에 붙어있는 '땅 삽니다'라는 부동산 전단은 이곳이 공항 예비후보지임을 알게끔 했다.
우보면사무소 한 관계자는 "한두 주민이 보상을 더 받으려고 복토를 하거나 묘목을 심을지는 몰라도, 전반적으로는 졸지에 실향민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고 밝혔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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