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후 '북한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땅'
아들 만나려 마카오행 비행기 타려 했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곽명일 기자 =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의 비극적 최후가 눈길을 끈다.
김정일의 첫째 부인이자 여배우였던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황태자'로서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던 김정남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그해 5월 아들과 두 명의 여성을 대동하고 도미니카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나리타(成田)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돼 추방됐다. 적발 당시 김정남의 가짜 여권에 적힌 가명(假名)은 중국어로 '뚱뚱한 곰'이란 뜻인 '팡슝(반<月+半>熊)이었다.
당시 그는 "도쿄 디즈니랜드를 가보고 싶었다"고 진술했으나 김정남이 일본 유흥업소를 즐겨 찾았으며, 도쿄(東京) 홍등가의 단골이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이 사건으로 김정남은 결국 김정일의 눈 밖에 나 권력의 주변부로 밀려나면서 해외를 떠도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는 2001년과 2003년 각각 중국과 오스트리아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2007년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김정남이 마카오에서 가족과 함께 머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던 2008년 7월 말부터 약 두 달간 평양에 체류하는 등 평양은 가끔 드나들 수 있었던 김정남에게 북한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땅'이 돼버린 것은 김정은이 집권하면서부터.
설상가상으로 김정남은 거주지인 마카오마저 떠나 동남아 각국을 오가며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말한 것이 당시 후계자로 내정된 이복동생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김정남은 2012년 출간된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라는 책에서도 세습을 비판했다.
김정일이 생존해 있을 때는 매달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받으며 호화 생활을 누렸지만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고 2년 뒤 그의 뒤를 봐주던 장성택마저 처형되면서 생활이 곤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숙박비도 내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망에 앞서 김정남의 행적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지난 2014년 9월이 가장 최근이다. 당시 그는 프랑스에서 유학하는 아들 한솔을 만나기 위해 파리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현지시간 14일 오전 9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마카오행 항공편을 이용하려다 독액 스프레이에 의해 피살됐다. 아들 한솔이 파리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마카오 또는 중국 등지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아들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려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남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평양과 베이징(北京)에서도 암살을 가까스로 모면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여러 차례 망명설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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