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김정은 히스테리 드러낸 것" vs "권력장악 마무리한 것"
"北소행 확인시 인권비난·고립 가속화"…美 대북 불신 커질듯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김효정 홍국기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되면서 이 사건이 북한 내부의 정치적 기류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남을 살해한 배후에 북한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권력 공고화를 위해 이복형을 '걸림돌'로 인식하고 제거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일차적으로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이 사건을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 문제에까지 연결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권력구도에서 배제돼 사실상 '낭인'으로 살아온 김정남을 제거해야 할 정도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취약한 것이란 분석과 함께 북한 내에서 모종의 상황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모종의 정책을 움직이는 데 김정남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로 무리할 일이 없다"며 "이렇게 히스테리에 걸릴 정도로 김정은 정권이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이번 사건은 김정은 정권을 위협할 '마지막 가능성'을 제거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크고, 김정은의 실질적 권력 공고화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김정은이 (김정남 제거를) 끊임없이 시도하다 성공한 케이스로 봐야 할 것 같다"며 "북한 내부 변고와 관련된 움직임일 가능성으로 보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김정은이) 권력을 최종 장악하는 마무리 단계로, 권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1%의 가능성도 봉쇄해 버리기 위해 마지막 싹을 잘랐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김정남 살해에 직접 관여한 것이 실제 확인된다면, 잇단 핵·미사일 도발과 함께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암살이라는 방법을 동원해 이복형제까지 제거하는 김정은 정권의 '폭압성'과 '비민주성'이 2013년 장성택 처형 이후 다시금 국제사회에 각인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게는 최근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 2형' 시험발사와 함께 대북 불신을 심화시켜 강경 대응 필요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장용석 연구원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면 국제사회의 비난이 장성택 숙청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거세질 것"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김정은 정권의 고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김정남 피살 소식이 제한적이지만 북한 권력층 내부에 전파되면서 김정은에 대한 불신을 키워 장기적으로는 체제 내구성을 약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imhyo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