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해외 떠돌다 살해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입력 2017-02-15 00:41  

[연합시론] 해외 떠돌다 살해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서울=연합뉴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이 오랜 세월 해외를 떠돌다 결국 살해됐다. 정부 소식통은 14일 "김정남이 현지시간으로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살해됐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공항 쇼핑구역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에게 독침을 맞고 쓰려져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사망한 북한 남성의 신원이 김정남으로 확인됐다고 말레이시아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김정남의 구체적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김정남 피살설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김정일과 첫째 부인 성혜림 사이에서 출생했고, 김정은은 김정일의 셋째 부인 고영희에게서 태어났다. 김정남은 '백두혈통'의 장남으로서 한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됐다. 그러나 2001년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적발된 사건 이후 북한 권력의 중심에서 서서히 밀려났다고 한다. 그 후 마카오와 베이징 등지를 오가면서 해외생활을 해왔다. 특히 그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고모부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된 뒤로는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주로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장성택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친중파 인사로 꼽혔다. 김정남이 이번에 말레이시아에 간 이유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2014년 1월 쿠알라룸푸르의 한식당에 모습을 드러냈고, 같은 해 5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레스토랑에서 30대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정남 피살이 북한의 소행으로 최종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해외생활을 해온 그가 결국 김정은 공포정치의 희생양이 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독침 암살은 북한 공작원이 자주 쓰는 수법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2010년 아사히TV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발언하는 등 한때 북한의 권력 세습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를 한층 공고히 하기 위해 잠재적 위협요소인 이복형을 제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남이 김정은의 소환 명령에 불응해 살해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김정남에 대한 북한의 암살기도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김정은의 친족이 해외에서 살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정일의 처조카이자 김정남의 이종사촌인 이한영은 한국으로 망명했다가 1997년 2월 북한 공작원에게 암살됐다.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최종 확인되면 여러 가지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다른 나라 수도의 국제공항에서 백주에 암살 테러를 자행했다는 점에서 북한 정권의 무모한 호전성과 폭력성을 다시 한번 만천하에 보여준 만행이다. 북한이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IRBM)을 발사하고 이틀 만에 이런 일이 다시 터져 뭔가 북한 내부에 이상기류가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북중 관계가 불편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한반도 안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기민하고 차분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외교 안보 당국은 말레이시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사건의 전모를 신속히 파악해야 한다. 경찰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요 탈북인사의 신변보호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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