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흉포해지는 김정은 공포통치, 北 체제안정에 '毒' 되나

입력 2017-02-15 09:03   수정 2017-02-15 09:09

갈수록 흉포해지는 김정은 공포통치, 北 체제안정에 '毒' 되나

2011년 집권 이후 5년 이상 핵심 간부 처형·숙청 멈추지 않아

권력기반 공고화 기여했지만, 장기화하면 체제불안 '양날의 칼'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공포통치가 갈수록 흉악해지고 있다.

2011년 말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집권한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핵심 간부들을 잇달아 처형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백두혈통'이자 자신의 이복형인 김정남(46)마저 암살을 지시했을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유일체제'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광기 어린 숙청과 처형이 장기화하면 권력층 내부에서 불안과 동요가 커지면서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후계자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김정일과 비교하면 경험이나 카리스마가 부족했던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이후 최대한 신속하게 최고 권력자의 지위를 확보해야 했다.

15일 통일부에 따르면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은 1997년 당 총비서에, 1998년 국방위원장에 취임해 권력승계에 4년이 걸렸지만,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2주 뒤 최고사령관에 추대되고 이듬해 4월에 당 제1비서와 국방위 제1위원장에 추대돼 불과 4개월 만에 절차상의 권력승계를 마무리했다.

김정은은 이후 북한 권력층의 실세를 숙청하는 공포통치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첫 희생자는 당시 군부 실세로 꼽히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었다. 리 총참모장은 2012년 7월 전격 해임된 이후 처형됐다.

리 총참모장을 포함해 김정일 장례식 때 영구차를 호위했던 김정각, 김영춘, 우동측 등 '군부 4인방'도 김정은 시대 개막 이후 모두 숙청되거나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3년 12월에는 자신 고모부이자 김정일의 사망 이후 북한 내 2인자로 군림하던 장성택을 전격 처형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은 김정은 유일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중론이다.

2015년 4월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재판 절차도 없이 대공화기인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되면서 김정은의 잔혹성이 국제사회에 다시 한 번 각인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최영건 내각 부총리가 김정은이 추진한 산림녹화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다 처형됐다.

작년 7월에는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6·29 최고인민회의 때 불량한 자세로 앉아있던 것이 발단돼 보위부 조사를 거쳐 처형됐다.

올해 1월 중순에도 김원홍 북한 국가안전보위상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대장(별 4개)에서 소장(별 1개)으로 강등된 이후에 해임됐다. 김 보위상은 김정은 공포통치를 뒷받침하는 북한 정보당국의 수장이었지만, '토사구팽' 신세가 됐다.

이번에 백두혈통인 김정남이 김정은의 지시에 의해 살해됐다면 잠재적 위협마저 제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소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이 지배체제를 확고히 하는 데 김정남을 걸림돌이라고 판단했을 것이고, 계속 계기를 노리다가 기회를 포착해서 그런 조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남은 계속 김정은을 비판해왔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면 언젠가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권력기반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나 장기화하면 북한 체제의 불안요소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재작년부터 북한 간부층의 탈북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공포정치로 말미암아 간부층과 김정은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 데 따른 결과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김정은 유일체제에 별다른 위협으로 인식되지 않던 김정남마저 제거한 것으로 볼 때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기반에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종의 정책을 움직이는 데 김정남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로 무리할 일이 없다"며 "이렇게 히스테리에 걸릴 정도로 김정은 정권이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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