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대선정국 변수로 돌출…주자들 '유불리' 촉각

입력 2017-02-15 11:14   수정 2017-02-15 11:56

'김정남 피살' 대선정국 변수로 돌출…주자들 '유불리' 촉각

"안보 첫 대형이슈 가능성" vs "탄핵정국서 단기이슈로 소멸"

범여권 주자들, 이슈화 시도…野주자들 "진상 파악부터" 관망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홍정규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이 여야 대선레이스 초반 변수로 불쑥 떠올랐다.

지난 12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지 이틀 만에 또다시 '북풍'(北風)이 불어닥친 것이어서, 상황 전개에 따라 안보이슈가 대선판에 크게 영향을 끼칠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안보'는 거의 상수(常數)나 다름없었다. 남북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각 주자의 안보관(觀)과 북한에 대한 태도는 대통령감으로서의 주요 평가지표였다. 지지율이 그에 따라 크게 요동쳤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사건이 여야 대선주자들의 '안보 인식'을 본격 검증하는 쪽으로 대선판의 흐름을 유도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사실상의 조기 대선국면은 별다른 '대형이슈' 없이 진행돼 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된 사건으로 일종의 '블랙홀' 정국을 하고 그 여파가 지속하는 흐름 속에서 다른 쟁점이 부각되기 어려웠다.

여느 때 같았으면 정국을 집어삼켰을 개헌 논란이 별 관심을 끌지 못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집중 견제의 대상이 된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발언 논란 역시 정치적 휘발성을 지닌 이슈임에도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등 일련의 이슈가 '안보'가 대선판을 지배할 사실상의 첫 대형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탄핵 정국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발(發) 안보이슈 역시 단기 쟁점으로 소멸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또 김정남이 이미 오래전부터 김정은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국외를 전전하는 초라한 신세였고, 잇단 '피의 숙청'으로 김정남이 북한 내부와의 연결선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의 피살이 우리 정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대선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권 후보,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권을 거머쥘 공산이 커지고 있는 현 대선판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이다.

일단 이번 사태가 안보이슈로 점화돼 장기화한다면 사실상 중량감 있는 대선후보가 없는 범여권이 반전을 시도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계열의 범여권 정당들이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방점을 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강력히 대처하라고 주문하는 등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띄우고 있는 것은 이런 판단에서다.

특히 범여권 주자들은 이 같은 안보국면을 고리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조속 배치를 촉구하면서 정국의 초점을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드 2~3개 포대를 국방예산으로 도입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불확실성의 첫째는 북한 정권의 예측불가능한 도발성으로, 정부는 국가안보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잘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15일 트위터에 "김정남의 피살은 평양이 그만큼 초조해 있다는 반증"이라며 "권력은 종말에 이르러 가장 포악해진다"고 적었다.

같은 당 원유철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관심을 두고 북한인권법을 빨리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긴장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정부 공식 발표가 안 나온 상황에서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며 "일단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며 정부 입장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김정남의 사망 경위와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상황에서 입장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전 선거에서도 많은 변수가 있었지만, 우리 국민은 흔들리지 않고 소신대로 판단해왔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며 "지금 가뜩이나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인데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정부가 진상을 파악해 국민께 알려야 하며 상황대처에 만전을 기할 것을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안보이슈가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에 유리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역대 대선에서 봤을 때 반드시 야권에 불리하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갈수록 북한 이슈가 대선판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지고 있는 데다, 의도적인 '북풍' 분위기 조성은 오히려 보수세력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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