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남 독살 장소로 왜 쿠알라룸푸르 공항 선택했을까

입력 2017-02-15 10:56   수정 2017-02-15 10:59

北김정남 독살 장소로 왜 쿠알라룸푸르 공항 선택했을까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비운의 백두혈통'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공항에서 입출국으로 바쁜 시간대인 13일 오전 9시께 독극물 스프레이라는 엽기적인 공격을 받아 살해됐다.





통상 암살이라고 하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공항이라는 공공장소로 인적이 붐비는 가운데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범행 이틀 후인 15일 오전 연합뉴스 기자는 피살 현장을 찾았다. 문제의 그 장소는 쿠알라룸푸르 공항 제2청사의 항공편 탑승권 발매용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부근으로 여전히 인파로 붐볐다.

여기에서 독극물 스프레이 공격을 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현지 매체들은 사건 당시 신원미상의 치마 입은 여성 2명이 이곳에 있던 김정남 뒤로 접근해 뒤를 잡아채면서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리고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인적이 붐비는 장소에서 '순식간'에 독극물 스프레이를 뿌려 김정남을 사실상 살해하고 나서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항공사 관계자는, 범인들이 바로 그런 점을 노렸을 것이라는 뜻밖의 말을 건넸다.

사건 장소인 제2청사는 주로 저가항공사들이 있는 곳으로 종일 사람이 끊이질 않고 붐빌뿐더러 누구도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점을 노려 범행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여성 2명이 범행 후 사라지고, 김정남이 "몸 상태가 안 좋다"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누구도 범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현지 공항의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쿠알라룸푸르 공항 자체의 보안은 테러 위협에 대한 보안이 굉장히 엄격하지만 입출국 과정이 인파가 몰린 공항 내 상황과 관련해선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그 점을 노려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저가항공사 지역인 제2청사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쿠알라룸푸르 공항 내 입출국장이 같아 혼잡하다는 점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시 말해 마카오로 가기 위해 출국장에 있던 김정남을 '공격'하고 나서 곧바로 출국할 수도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의 통제력이 미치는 마카오보다 말레이시아 공항을 암살 장소로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북한과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비자 없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이 현지 공항 CCTV 영상을 확보해 정밀 분석에 나서 주목된다.

현지 매체 보도를 보면 해당 CCTV에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 1명이 포착됐다. 단발머리에 흰색 긴소매 티셔츠와 짧은 하의를 입은 이 여성은 작은 크로스 백을 메고 공항 밖에 서서 뭔가를 기다리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단정한 차림이었지만 날렵한 매무새가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현지에서 범인 2명은 숙달된 스나이퍼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무리 사건 현장이 인파가 몰리고 복잡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보는 눈'이 많은 데 독극물 스프레이로 상대를 공격하고 현장을 빠져나가려면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일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과거에도 더러 여성 공작원을 활용해온 걸 고려하면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개연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때문에 범인들이 적어도 북한에서 독침 사용법, 산악 훈련, 사격 등 특수훈련을 받은 북한 정찰총국 요원들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집권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해온 탓에 거주지인 마카오에선 공격하지 못하다가 지난 6일부터 말레이시아에 머물러온 김정남을 예의주시하다가 정찰총국 여성 요원들을 보내 범행했다는 것이다.

실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한때 후계자로 유력시되기도 했었고, 2013년 국가전복음모죄 등으로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밀접한 탓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경계 대상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김정남이 후계 경쟁에서 탈락하고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후에도, 김정남이 장성택 등과 연대해 중국을 방패 삼아 '김정남을 새로운 지도자로 세운다는 계획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김정남의 암살을 불렀다는 관측도 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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