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용의자, 공항 CCTV에 포착돼…국정원 "5년전부터 암살 준비"
김정은, '권력공고 종지부' 가능성…김정남 망명설도 다시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비운의 백두혈통' 김정남 피살 배후로 그의 이복동생이자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6일 김정은 위원장이 5년전부터 김정남 암살을 시도해왔고,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과 가족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고 밝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살해 배경을 두고도 이복동생 김정은이 백두혈통의 장자로서 향후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인 김정남이라는 싹을 미리 잘랐다는 분석과 함께 김정남 망명 프로젝트 등 갖가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드러나는 사건 파편들
정부소식통과 현지매체, 외신 등을 종합하면 15일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 정황은 이렇다.
김정남은 13일 오전 9시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제2청사에서 오전 10시발 마카오 비행기 탑승을 위해 수속을 밟다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에 의해 독살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정남은 공항내 저가항공 전용 터미널에서 출국을 위해 셀프체크인 기기를 사용하던 중 여성 2명으로부터 미확인 물질을 투척 받고 사망했다는 것이다.
독침에 당했다는 주장도 있다.
김정남이 치명적인 독성 스프레이 물질에 사망했든 독침에 찔렸든 대낮 국제공항에서 독극물로 살해됐다는 점에서 북한 전문 공작원에 의한 살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지매체가 공개한 공항 CC(폐쇄회로)TV에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단발머리에 흰색 긴소매 티셔츠와 짧은 하의를 입은 이 여성은 작은 크로스 백을 메고 공항 밖에 서서 뭔가를 기다리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AP 통신은 말레이시아 관리를 인용해 김정남이 독성 스프레이 공격을 받고 암살당했다고 보도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김정남 피살이 북한 정권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김정은 정권의 잔학성과 반인륜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고 밝혀 우리 정부 역시 북한 소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건 실체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김정남에 대한 부검과 용의자 체포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불안 느꼈나, 체제 공고화 종지부 찍었나?
김정남이 북한에 의해 암살당했다면 김정은의 지시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정찰총국 개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백두혈통의 장자로서 김정은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음이 틀림없다.
김정남은 동남아 등 해외를 전전하며 사실상 떠돌이 생활을 해왔지만 끊임없는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고, 특히 김정은의 공식 집권 전후로 김정남이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공격 목표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남의 처지는 '국제낭인'에 불과했지만, 일각에서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서 급변사태 발생시 백두혈통의 장자로서 '대안'으로 주목받았고, 이런 차원에서 중국이 김정남의 보호자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이 많았다.
김정은은 집권 후 지속적인 숙청·처형 등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해왔다. 이에 따라 김정남이 당장 위협적인 존재라기보다는 김정은 자신의 권력 공고화를 더욱 공고화하기 위해 미래 잠재적 '불안의 씨앗'의 제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내 권력 암투 과정에서 희생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끊이지 않는 망명설에 망명정부 간부 내정설도
김정남 망명 관련설도 주목된다. 실제 2012년 우리 정부가 김정남 망명 공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사망한 이후 북한의 김정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끊겼고, 김정남이 자금난에 시달렸다는 관측과 맞물린 대목이다.
주간경향 최근호는 이와 관련,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국정원이 김정남을 데려오기로 했는데 김정남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기를 원했다면서 김정남의 정보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미국과 특별한 대우를 원했던 김정남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 정부도 김정남의 요구와 제공할 수 있는 것의 간극이 워낙 커 막판에 포기했다고 전했다.
김정남의 지인으로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한인은 "(김정남에게) 불안해하며 살지 말고 남한으로 가라, 한국 정부에서 보호해줄 것이라고 했지만 (그가) 씩 웃기만 하고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김정남이) 최근에도 '일종의 망명정권 간부로 취임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관측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종종 그에 대한 암살미수 정보가 퍼졌었다"며 망명정부설도 제기했다.
북한 권력기관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망명한 한 고위급 탈북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정남이 북한으로의 소환명령에 불응해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