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에 中, 대북 경계령에 북한혐오 정서까지

입력 2017-02-15 11:49   수정 2017-02-15 12:03

김정남 피살에 中, 대북 경계령에 북한혐오 정서까지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살되자 중국의 대(對) 북한 경계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사흘 간격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미국, 한국과의 사이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진데 이어 '친중파'로 분류됐던 김정남까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돌연 피살되자 중국은 아연 실색했다.

중국 인민일보와 중국중앙(CC)TV 등 관영 매체들은 전날 한국 언론보도를 인용해 신속하게 소식을 전하며 김정남 피살 사실을 확인했다. 북중 접경지역에는 중국군이 북한의 돌발사태에 대비해 병력을 증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김정남 피살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김정남의 존재 자체가 북중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강국(强國)망의 소셜미디어 매체인 잔하오(占豪)는 "중국 입장에서는 김정남 피살 사건이 어떻게 보든 좋지 않은 일"이라며 향후 북한 정세의 혼란으로 중국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격렬한 내부 정치투쟁으로 정국이 불안하게 되면 탈북난민의 유입과 동북아 정세혼란으로 중국이 위협받게 될 것이고 견제 세력이 없어진 김정은이 또다시 돌출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량윈샹(梁雲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김정남 피살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반감이 더욱 커지면서 동아시아 정세를 더욱 긴장시킬 수 있다"며 "미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북제재의 또 다른 이유를 찾은 만큼 중국은 더욱 피동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친중파 대표인물이었던 장성택 처형에 이은 김정남의 피살은 관계 회복 가능성을 타진하던 북중관계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중화권 매체들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중관계 냉각의 원인을 과거 중국이 김정일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김정남을 지지했고 그 후 김정은이 이에 원한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에서 찾고 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북한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카드 한장을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내에서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북한혐오(혐북)' 정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김정남 피살이 북한 요원에 의해 실행됐을 것에 무게를 두고 "봉건시대에나 있을 사건", "북한의 또다른 도발을 위한 전조 아닌가", "더이상 북한을 보호해주기 어렵지 않나" 등의 비난과 우려를 쏟아냈다.

류윈샹 교수도 "김정남이 북한 요원에 의해 암살됐다면 이는 북한에 지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서방 국가들은 북한을 '깡패국가' 리스트에 올려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김정남이 피살된 날이 김정일 탄생 75주년을 맞은 시기와 일치한다며 14일 평양의 한 전시관에서 김정일 탄생 기념 '김정일화 전시회'를 개최하고 경축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암살 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며 21세 문명사회에서 이런 잔인한 정치적 수단은 역사박물관에나 가야 한다"며 김정남 피살이 북한의 소행으로 판명되면 "북한의 국제사회 평판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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