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마다 2천∼3천만원 적자…"지역 문화예술 지켜달라"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지역 공연 문화의 산실' 30년 전통의 호남 오페라단이 재정난에 좌초 위기를 겪고 있다.
전북 지역 교수와 문화예술인 10여명은 15일 호남 오페라단의 존립을 우려해 기자회견을 열고 '오페라단 살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전북을 대표하는 호남 오페라단이 창단 30년 만에 재정 위기를 맞았다"며 "전북의 문화예술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돈이 없어 문을 닫을 처지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심청가와 춘향가 등 고유문화인 판소리를 오페라 무대로 옮겨 문화발전에 힘썼는데 현재는 동력을 잃은 상태다"며 "호남 오페라단이 명맥을 이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전통을 지키려는 문화예술단체가 경제원리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면 지역 사회의 문화 역량도 큰 손실을 본다는 '애원'이다
호남 오페라단 1986년 소규모로 창단해 2002년 전문예술법인 전북 1호로 지정됐다.
김자경 오페라단, 서울 오페라단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유서 깊은 민간 오페라단이다.
이들은 도내 예술인을 주축으로 악단을 꾸려 유수의 창작물들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오페라단은 백제 시대 때 지어진 '정읍사'와 '심청가', '춘향가', '녹두장군과 전봉준', 순교 사극 드라마인 '동정부부, 요한 루갈다' 등을 오페라화(化)했다.
단체는 그간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에서 공로상과 최우수상, 연출가상 등을 휩쓸며 명망을 이어왔다.
하지만 고전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2014년 이후 세월호 사태와 청탁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소비경제가 위축되면서 호남 오페라단도 재정 위기 겪었다.
1개 작품을 무대로 올리는데 3억원이 들지만, 공연마다 2천만∼3천만원의 적자가 났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무용단과 분장 스텝, 연기자 등의 수도 줄여야 할 판이다.
그동안은 지역 독지가와 공공단체의 후원을 받아 간신히 숨통을 틔웠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장남 호남 오페라단장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퇴직금 일부를 오페라단 운영에 쓰고 있는 상황까지 왔다"며 "우리 오페라단이 전북 고유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민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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