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 명예총장이자 서울 YMCA 이사장, 20여년간 여직원 성적 학대"
경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기소의견' 검찰 송치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노예처럼 짓밟힌 20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1990년대 한 학교법인 사무국에 입사한 A(40대·여)씨는 어린 나이에 취업에 성공한 것이 마냥 기뻤다.
직장생활의 행복을 만끽하던 순간도 잠시, 같은 법인 대학교 총장을 알게 되면서부터 직장생활은 지옥이 돼 버렸다.
A씨가 일하던 법인 사무국은 서울 종로에 있었지만, 평택대학교 총장 집무실 겸 휴게실도 같은 건물 안에 있었다.
당시 평택대 총장이던 조기흥(85)씨는 간혹 이곳에 들러 일을 보기도 했는데, A씨는 차를 가져다주면서 얼굴을 알게 됐다.
A씨는 "처음 일이 일어난 것은 1995년으로 기억한다"며 "차를 갖다 달래서 가져갔더니 집무실 문을 잠그고 (나를)성폭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치스러웠지만 당시 성범죄 피해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이 요즘 같지 않았고, 무엇보다 직장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A씨는 이후에도 성폭행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조씨가 서울 법인 사무국에 들를 때마다 거의 매달 A씨는 짓밟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치욕스런 성적 학대는 A씨가 결혼한 뒤에도, 아이를 낳은 뒤에도 계속됐다.
무려 20여년을 참아온 A씨는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지난해 말 조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A씨는 "겉으로는 기독교 재단 대학교 명예총장에, 서울 YMCA 이사장을 겸하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여직원을 성적 학대 대상으로 삼은 두 얼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라며 "더구나 최근 교내에서 여직원이 성적 수치심을 느낀 사건이 있었는데, 명예총장과 특수관계인 가해자는 정직을 받는 데 그쳤다. 후배 여직원을 보니,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라 더 이상 숨어만 있진 않기로 하고 용기를 냈다"라고 말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한 경기 평택경찰서는 범죄 혐의 상당수가 이미 공소시효를 넘은 상황이어서 2013년 이후부터 지난해 11월에 걸친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만 조씨를 조사했다.
물증없이 진술만 있는 사건이지만, 고소인 A씨의 진술이 일관돼 신빙성이 있는데다 폴리그래프(거짓말탐지기) 조사일을 하루 앞둔 저녁 조씨가 돌연 병원에 입원한 것이 조사를 회피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혐의가 의심된다며 조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 사건이 진행되면서 평택대 내부에서 조씨에게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B씨는 "여직원(교수)들로부터 조 전 총장이 '안아달라. ○ 좀 달라'면서 가슴을 만지거나 신체를 접촉한 일이 있었다는 피해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라며 "어떤 여직원은 '가까이 오라'는 것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A씨는 어렵게 모은 다른 여직원들의 피해 사실 확인서를 모아 검찰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조씨를 한 차례 더 조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조씨는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고, A씨를 무고 등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조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평택대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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