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 교육과 혁신 연구소장 '대한민국의 시험'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유치원부터 대학입시에 이르기까지 교육문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다. 부동산값은 학군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은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엔 시험에 방해될까 비행기 이·착륙 시간까지 조정된다.
현재의 대한민국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해법에는 여러 시각이 있다.
교육공학자인 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장은 시험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이 소장은 2014년 펴낸 책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비판적·창의적 사고 대신 교수의 말을 토씨 그대로 받아적고 달달 외운다는 서울대생의 실태를 지적해 화제가 됐다. 당시 결과가 아닌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이 소장은 신작 '대한민국의 시험'(다산 4.0 펴냄)에서 교육혁명의 시작은 '시험을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험에서 어떤 능력을 측정하는지에 따라, 어떤 능력에 고득점을 부여하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공부법, 교사들의 교수법, 국가적으로 양성되는 인재의 능력, 사교육 시장의 형태까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 시험의 '최고봉'인 대입시험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입시험을 바꿨지만, 본질은 그대로 둔 채 무늬만 바꾸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수능은 단순 객관식이라는 본질을 감추기 위해 이중삼중사중으로 꼬이고 비틀려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난이도는 객관식 보기의 유사도에 따라 결정된다. 보기들 간의 미묘한 차이를 찾아내는 학생이 우수한 성적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이 소장은 수능을 '완전히 실패한 시험'으로 규정한다.
이 소장은 새로운 시험의 롤모델로 스위스 비영리 공적교육재단인 IBO에서 주관하는 IB와 영국의 중등교육자격시험인 GCSE를 보완한 IGCSE를 소개한다.
IB 교육과정은 그 자체가 수능이자 내신이자 논술이다. 최종평가에는 4천자 분량의 소논문이 포함된다. 소논문 작성 기간은 2년이다. 모든 과목의 수업 내용은 자연스럽게 논술 연습에 맞춰져 있다.
문학 수업은 수많은 작품의 목록 중에서 교사가 직접 선택한 작품들로 이뤄진다. 문학시험에는 '수업 중 공부한 작품 중 적어도 두 작품을 바탕으로 답하라'는 지침이 제시된다. 출제자가 생각한 답이 아니더라도 수험생이 생각하는 답을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 충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다가오는 것도 교육을 바꿔야 할 또 다른 이유다.
AI 시대가 오면 지금 직업 중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때 교육은 지금 없는 새로운 직업을 발굴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그러려면 '결과'를 가르치는 교육에서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문제 해결력이 중심인 교육에서 문제 발굴력이 중심인 교육으로, 그래서 '지식소비자'가 아닌 '지식생산자'를 기르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의 교육시스템을 유지한다면 인공지능에 백전백패할 인력만 양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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