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아이스 권위자 우스리히 "얼음의 모든 것 망라"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아이스하키,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컬링. 뒤로 갈수록 허용되는 얼음의 오차 범위가 작은 종목이죠."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의 컬링 아이스 테크니션 총괄인 한스 우스리히(스위스)의 자부심 섞인 설명이다.
컬링은 올림픽 빙상 종목 중에서 '섬세함'을 가장 많이 요구한다.
빙판 위에서 속도전을 펼치는 스피드스케이팅은 물론 예술성을 겸비한 피겨 스케이팅과 달리 컬링은 얼음을 브룸(broom)으로 닦아내 스톤(stone)이 지나가는 길을 만드는 방식으로 경기한다.
얼음의 상태에 따라 스톤의 활주 방향과 속도, 거리, 휘어짐 등이 예민하게 바뀐다.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릴 강릉컬링센터는 다른 빙상 종목 경기장들보다 더욱더 온도·습도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우스리히는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에 이어 내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3회 연속으로 올림픽 컬링 아이스 테크니션 수장을 맡은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컬링장 얼음을 제빙·관리하는 아이스 테크니션 경력은 올해로 40년째다. 그는 올림픽뿐 아니라 매년 2∼3개의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얼음을 총괄한다.
1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만난 우스리히는 "컬링장 얼음은 습도와 온도, 이슬점 등 모든 조건이 조화를 이뤄야 제대로 경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스리히는 아이스 테크니션이라는 직업에 대해 "배관, 난방, 냉방, 물 등 모든 것은 망라하는 일"이라며 "얼음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관리까지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릉컬링센터에서는 16일부터 평창올림픽 컬링 테스트이벤트인 2017 주니어 세계 컬링 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우스리히는 현재 강릉컬링센터 실내 온도는 12℃, 얼음 온도는 -4℃로 경기하는 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습도도 얼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습도가 높으면 컬링 시트 표면에 오돌토돌하게 붙어 있는 작은 입자인 '페블'이 쉽게 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컬링 선수들은 바로 이 페블을 닦아내며 스톤의 움직임을 만든다.
다른 빙상 경기장은 보통 40∼50%의 습도를 유지하지만, 컬링은 35%를 유지한다.
강릉컬링센터의 임제승 베뉴매니저도 강릉컬링센터가 아이스하키, 피겨 등 다른 경기장보다 더욱 강화된 제습·냉난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컬링장 얼음은 단순히 물을 통째로 얼려서 만드는 게 아니다.
우스리히는 "2㎜ 두께의 얼음층을 35개 정도 깔아 지금의 강릉컬링센터 시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얼음을 깎는 일도 더욱 정교하다.
컬링장에서는 일반 빙상장에서 볼 수 있는 '잠보니'보다 작은 '아이스 스크레이퍼'라는 제빙기를 사용한다. 아이스 스크레이퍼는 1천분의 1인치 단위로 얼음을 깎는다.
물은 칼슘 등 미네랄과 이물질이 전혀 없는 정수만 사용한다. 이를 위해 컬링장 안에는 역삼투압 방식 정수 시설이 따로 있다.
우스리히는 "한국에도 좋은 아이스 테크니션이 많다"며 "한국에는 좋은 컬링팀도 많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컬링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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