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여의도의 노후한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주민 75% 이상이 부동산 신탁사를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면 조합을 설립하는 대신 신탁사가 사업을 위탁받아 비용 조달부터 분양까지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조합 설립을 하지 않아 사업 기간을 1∼3년 단축할 수 있고 기존 조합 방식보다 투명성이 높아 사업 추진이 더딘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최근 신탁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의도에서 가장 먼저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한 곳은 24개 동, 1천790가구 규모의 시범아파트다.
1971년 12월에 입주해 40년이 훌쩍 넘은 시범아파트는 지난 2008년 조합 설립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이후 작년에 신탁방식으로 다시 추진하면서부터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시범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설 연휴 직후부터 주민동의를 받기 시작해 현재까지 주민동의율이 57%에 이른다.
이달 말까지 신탁 재건축 추진에 필요한 주민동의율 75%를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탁사가 재건축 사업을 단독으로 시행하려면 사업지 전체 토지 3분의 1 이상에 대한 토지신탁계약도 체결돼야 해 지난 14일부터 한국자산신탁 본사와 시범아파트 내에서 2주간의 일정으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시범아파트는 작년 11월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예비 신탁사로 선정한 상태여서 주민동의율이 75%를 넘으면 바로 영등포구청에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을 하고 이후 5월께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 중 현대건설[000720], 대림산업 등 7개사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공작아파트(373가구)는 지난달 KB부동산신탁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수정아파트(329가구)는 최근 진행한 재건축 사업자 선정 입찰에 한국자산신탁이 단독 입찰했고 오는 25일 신탁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최근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신탁방식으로 눈을 돌린 데는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영향이 크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조합원 1인당 재건축에 따른 평균 이익이 3천만원 이상일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올해 12월 31일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완료하는 재건축 단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범아파트는 차질없이 사업 일정이 진행될 경우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다른 단지들의 경우 쉽지 않으리라고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설령 재건축 일정이 내년으로 넘어가더라도 신탁방식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이 연내에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완료하기에는 일정이 다소 촉박하지만, 재건축 사업의 오랜 병폐인 조합 내 갈등과 불투명성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설령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지 못하더라도 신탁방식 재건축에 대한 관심은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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