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국방장관회의, 방위비증액·對러관계·테러대응 집중 논의(종합)

입력 2017-02-16 03:24  

나토국방장관회의, 방위비증액·對러관계·테러대응 집중 논의(종합)

첫 참석 매티스 美국방 "방위비 증액 안하면 美 안보공약 조정"

러 위협 앞 유럽 국가들, 방위비 증액 대책 마련 '발등의 불'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안보를 책임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15일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28개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첫 국방장관회의를 개최했다.

16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새로 취임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참석, 국제 다자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이번 회의에선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문제를 비롯해 대(對)러시아 관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나토의 참여확대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매티스 국방장관은 나토가 미국과 유럽간 대서양 안보동맹의 '근본적 기반'임을 강조, 나토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증액 요구를 공식 제기했다.

매티스 장관은 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더는 미국 납세자가 서구 가치의 방어를 위해 불균형한 분담을 할 수 없다"며 "만약 여러분의 나라가 미국이 이 동맹관계에 대한 공약을 조정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당신의 자본으로 우리의 공동방위에 대한 지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원국들에게 올해 안에 방위비 증액을 이행할 이정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 70여년간 유럽 안보를 지탱해온 나토 동맹을 '낡은 동맹'이라고 비판하면서 나토 회원국에 안보비용 증액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나라는 미국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동맹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 논란을 일으켰다.

매티스 장관이 취임 후 처음 참석한 나토 회의에서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증액을 요구함에 따라 향후 미 행정부와 나토의 관계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 장관들은 매티스 장관이 직설적으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데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우려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방위비 증액 압박을 받게 됨에 당장 방위비 증액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발등 위의 불'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지출을 GDP(국내총생산) 대비 2%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이를 충족하는 나라는 영국과 폴란드, 그리스, 에스토니아 등 4개국에 불과하다.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방위비 지출도 GDP의 1.19% 수준이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는 정당하다"면서 "방위비 분담은 내 업무의 최우선순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나토 회원국들이 지난 2015년에 방위비 삭감을 중단했고, 작년에 실질적으로 방위비 지출을 3.8%(100억 달러) 늘렸으나 여전히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나토 국방장관회의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취임 전에 주미 러시아 대사와 러시아 제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퇴한 가운데 열려 향후 미국과 유럽의 대(對) 러시아 관계도 관심을 끌었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지속적으로 유럽의 '공공의 적'인 러시아와 관계개선 의지를 밝힌 데다가 '플린 스캔들'이 터지자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경우 '대서양 공조'에 균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플린 전 보좌관의 사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스캔들이 나토동맹에 대해 우려할 이유는 아니다며 "이번 회의의 메시지는 대서양 결속의 메시지라는 점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며 진화에 부심했다.

회의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나토의 참여 확대 문제도 주요의제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등과의 전투에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제한적인 참여를 고수하고 있고, 아프간이나 이라크 재건사업에 더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오는 5월 개최하기로 한 나토 정상회의 준비회의의 성격도 있다.

5월 나토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한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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