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릭의 몰락'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 혼란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기자 출신으로 수사학(레토릭)을 연구해온 장경수씨는 '레토릭의 몰락'(고요아침 펴냄)에서 오늘날의 상황을 불러온 결정적 이유가 박 대통령의 '불통 레토릭'이라고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동굴형 인간'이다. 동굴형 인간의 특징은 자기 문제에만 매몰돼 남의 처지나 문제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다. 책은 '동굴형 인간'인 박 대통령이 '동굴형 레토릭'으로 현재의 위기를 맞게 됐다고 분석한다.
동굴형 레토릭은 '불통','영매 언어','사유화'란 키워드로 정리된다.
1961년 쿠바 피그만 침공사건 당시 미국이 패배했던 것은 침공을 결정했던 백악관 회의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어려운 분위기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소통이 실종되고 그 결과 일방통행식 의사결정만 이뤄진 결과 '불통의 저주'가 발생한 것이다.
책은 누군가를 설득하기보다는 책상을 치며 분노하거나 '레이저'를 뿜어내며 지시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국가 불순세력' 등으로 낙인찍는 박 대통령의 모습 등에서 '불통의 저주'를 발견한다.
'혼이 비정상','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같은 레토릭에서는 정치와 종교 언어가 결합한 영매의 언어를 발견한다. 심기에 따라 통치를 하고, 사적인 인연을 매개로 한 통치는 '사유화의 저주'로 이어졌다.
저자는 조선 정조가 24년의 재위 기간 3천355건의 격쟁(왕의 행차 때 백성이 직언할 수 있는 제도)과 상언(청원을 위해 왕에게 올리는 문서)을 통해 백성에게 다가갔음을 언급하며 차기 대통령에게 정조같은 소통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그는 "수사학적인 표현으로 말하자면 정조대왕처럼 '마음에서 마음으로'(Heart to Heart) 스피치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레토릭 리더십이야말로 대통령의 자격이자 조건"이라고 말했다. 20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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