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재임시 총리 지내…경선에선 라이벌로 서로 공격하기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세비횡령 스캔들로 수세에 몰린 프랑스 제1야당 대선후보 프랑수아 피용이 경선 라이벌이자 '직속상관'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구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공화당 최대 계파 중 하나인 사르코지계 의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려 후보교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피용은 사르코지와 파리 시내 모처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하며 정국을 논의할 예정이다.
피용은 사르코지가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 총리를 지냈다.
대통령과 총리로 함께 프랑스 정부를 이끌었던 이들은 지난 경선에서는 강력한 경쟁자로 만나 서로를 공격한 적도 있어 감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피용의 세비횡령 스캔들을 처음 폭로한 주간지 카나르 앙셰네는 이날 사르코지가 "피용이 끝까지 간다면 대선 1차 투표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통령에 한 번 더 도전하려 했던 사르코지는 경선에서 피용에게 패하고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휘말리는 등 곤경에 처하긴 했지만, 공화당 내 주요 계파의 수장으로 여전히 당내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르코지계를 중심으로 후보교체를 주장하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커지고 있었다. 피용을 대체할 후보로는 단연 알랭 쥐페 전 총리가 1순위로 꼽힌다.
쥐페는 피용과 공화당 경선 결선에서 맞붙어 고배를 마셨으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중량급 정치인이다. 사회당 정권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때는 외무장관을, 우파정부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 때는 총리를 지냈고, 사르코지 밑에서는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을 잇따라 지냈다.
피용은 후보교체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코너에 몰리자 급기야는 자신의 당내 적수였던 사르코지와 회동 계획을 언론에 슬쩍 흘리면서 반발 여론 무마에 나섰다.
공화당의 한 중진은 일간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가장 비판적인 당내 세력을 잠잠하게 하려는 의도라면 꽤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피용의 후보교체론을 가장 강력히 주장해온 조르주 페넥 의원은 이날 비상대책위 구성 요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페넥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방송 출연과 공개서한 등을 통해 "바닥 표심이 우리에게 등을 지고 있다. 더는 공화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으려 한다"며 후보교체를 요구해왔다.
페넥은 사르코지와 회동 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재정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전히 피용에 대한 당내 반감은 큰 상황이다. '떼놓은 당상'이었던 집권 플랜을 피용이 스캔들로 망쳐놓았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한 공화당 의원은 피용은 사르코지가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사르코지의 색깔을 지우려고 안달했다면서 "너무하다"고 비난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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