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서 흡연하고, 식당 바닥에 침 뱉고
시식코너에서 음식 싹쓸이…호텔서 슬리퍼·가운·헤어드라이기 가져가기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을 찾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히 늘면서 이들의 막무가내식 행동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유커를 직접 접객해온 호텔리어·여행 가이드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커들은 금연 객실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고 일회용품이 아닌 호텔 물품을 가져가는 일도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호텔 직원들은 호텔에 투숙하는 유커들이 "기본을 안 지킨다"고 호소했다.
서울 시내 호텔리어들이 꼽은 유커의 매너 없는 행동 1위는 금연 객실에서 흡연하는 것이다.
A호텔 프런트에는 매주 2∼3건씩 담배 냄새를 견디다 못한 투숙객의 항의가 접수된다. 옆방에 묵는 중국인이 금연 객실인데도 담배를 피우기 때문이다.
호텔 직원이 가서 주의를 줘도 그때 뿐이고 또다시 피우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 호텔 측의 설명이다.
B호텔 관계자도 "금연 객실 카펫 등에 담배 냄새가 배면 일반적인 청소로는 안 되고 전문 업체를 불러야 하는데 금액이 15만∼20만 원씩 추가로 든다"며 "그 과정에서 청소 시간도 평소보다 오래 걸려 다음 고객이 체크인을 바로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토로했다.객실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 흡연하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시끄럽게 떠드는 중국인 손님들도 호텔리어들의 큰 골칫거리다.
A호텔 직원은 "중국인이 쓰는 방이 시끄럽다는 옆방 고객 항의도 흡연만큼이나 자주 접수된다"고 전했다.
객실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도 많다.
서울 시내 4성급 C호텔에서는 유커가 묵었던 객실에서 일회용이 아닌 슬리퍼나 수건, 가운은 물론이고 헤어드라이기가 사라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C호텔 관계자는 "고육지책으로 아예 단체 관광객이 묵는 층을 따로 만들어서 그 층에는 슬리퍼 등을 안 놓는 방법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이나 분식을 시켜먹고 객실 바닥에 그대로 어질러놓고 가는 등 객실 자체를 지저분하게 쓰기도 한다.
C호텔 하우스키핑 직원들은 유커들이 쓰고 간 방에서 헌 옷과 비행기에서 주는 담요 더미를 발견하는 일이 많다.
C호텔 직원은 "쇼핑을 한 뒤 헌 옷을 호텔에 버리고 가방을 새 옷으로 채워가는 것 같다"며 "호텔 입장에서는 이걸 바로 버릴 수가 없어서 몇 개월 보관해놓는데, 보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호텔 관계자는 "유커들이 객실 슬리퍼랑 샤워가운을 입고 객실 밖을 돌아다니는 일은 애교 수준"이라며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방이 더 작다면서 무작정 객실을 업그레이드 해달라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호텔 밖에서도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유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행사 가이드들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경복궁 같은 관광지에서 통제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여행사 가이드는 "흡연은 기본이고 음식을 아무 데서나 먹고, 아무 데나 앉으며, 고성으로 떠든다"며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하는 곳에서 끼어들고 다른 관광객을 밀어서 말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식당에서도 '비매너'는 이어진다.
호텔 등 뷔페식당에서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음식을 몽땅 가져다 놓고 먹다가 남기는 일은 흔히 있고, 음식물 쓰레기를 테이블 가운데에 쌓아두거나 식당 바닥에 침을 뱉는 일도 많다. 메뉴에는 없는 음식을 무조건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가이드는 "뷔페식당 뿐만 아니라 관광지의 무료 시식코너에서 음식을 '싹쓸이'해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개별관광객보다는 단체 관광객의 '비매너'가 더 많은 만큼, 여행상품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소규모화, 고품질 관광상품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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