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첫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40여 년이 훌쩍 넘는 긴 음악 여정에도 록 밴드 저니는 건재했다.
비록 밴드를 대표하는 프론트맨이었던 보컬 스티브 페리가 팀을 떠났고, 수차례 해체와 재결성을 거듭했지만 저니의 음악성은 힘을 잃지 않았다.
원년멤버인 기타리스트 닐 숀과 베이시스트 로스 밸로리의 손놀림은 여전히 정교했고, 새로운 보컬 아넬 피네다는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스티브 페리의 빈자리를 채웠다.
또 저니의 전성기를 이끈 조너선 케인과 스티브 스미스는 각각 능수능란한 건반과 관록의 드럼 연주로 사운드를 뒷받침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1천500여 명의 30∼40대 팬들은 저니와 함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미국의 록 밴드 저니는 15일 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었다. 1975년 데뷔 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지 무려 42년 만이다.
이날 저니는 '세퍼레이트 웨이스'(Separate Ways), '페이스풀리'(Faithfully), '오픈 암스'(Open Arms), '후즈 크라잉 나우'(Who's Crying Now), '돈트 스톱 빌리빙'(Don't Stop Believin') 등 히트곡 17곡을 130여 분 동안 선보였다.
관객의 환호와 함께 무대에 오른 저니는 남성적 매력을 풍기는 하드록 넘버 '세퍼레이트 웨이스'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비 굿 투 유어셀프'(Be Good to Yourself)와 '온리 디 영'(Only the Young) 등을 들려줬으며 기타 테크니션으로도 정평이 난 닐 숀은 현란한 기타 솔로 연주로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또 '애니웨이 유 원트 잇'(Anyway You Want It)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흥겹게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열광했다. '라이츠'(Lights)의 낭만적인 선율이 흘러나올 때는 일제히 휴대전화의 불을 밝혀 좌우로 흔들며 호응했다.
1973년 결성된 저니는 지금까지 총 1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해 통산 8천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전설적인 그룹이다. 특히 1980년대 발표한 정규 7집 '이스케이프'(Escape)와 8집 '프론티어스'(Frontiers)가 각각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번 공연은 저니의 명곡 중 명곡으로 꼽히는 '오픈 암스'와 '후스 크라잉 나우'에서 절정을 맞았다.
두 곡 모두 1981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이스케이프' 앨범의 수록곡으로, 특히 '오픈 암스'는 빌보드 싱글 차트 6주 연속 2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 '저니'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서정적인 피아노로 시작해 구슬픈 기타 사운드로 이어지는 록 발라드 '오픈 암스'에서 아넬 피네다는 애절한 보컬을, '후스 크라잉 나우'에서는 '사이다'처럼 가슴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보컬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들의 뒤늦은 방한 소식에 '추억 팔이' 아니냐고 의심했던 마음도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비록 저니의 음악은 치열함이나 실험적 면모가 부족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이날 공연은 이들의 음악이 대중 친화적인 멜로디와 보편적 감정을 다룬 노랫말로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음을 입증하는 무대였다.
저니는 '이스케이프' 앨범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곡 '돈트 스톱 빌리빙'을 들려주며 공연을 마쳤다. 관객들 역시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고 열정적으로 '돈트 스톱 빌리빙'을 따라부르며 장관을 연출했다.
앙코르 요청에 다시 무대에 오른 저니는 라틴 록 풍의 '라 라자 델 솔'(La Raza Del Sol)과 '러빙, 터칭, 스퀴징'(Lovin', Touchin', Squeezin')을 들려줬으며 앙코르곡을 부르던 아넬 피네다는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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