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고위관리 "'긴축터널 끝에 빛'…그리스 국민 설득해야"

입력 2017-02-16 01:26  

EU 고위관리 "'긴축터널 끝에 빛'…그리스 국민 설득해야"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단 1유로로 더 긴축 못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채무경감 등을 둘러싼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의 갈등으로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의 분할금 집행이 교착에 빠져 그리스 재정 위기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고위 관리가 중재에 나섰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15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들에게 "추가적인 개혁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리스인들에게 '긴축의 터널 끝에 빛이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빈곤과 실업으로 고통을 겪은 그리스인들의 염려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그리스의 양대 채권단인 EU와 IMF가 그리스에 대한 채무 경감과 그리스의 예산안을 둘러싸고 현격한 의견차를 보이며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추가 집행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근 "그리스의 채무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결국 폭발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보고서를 내놓은 IMF는 2018년부터 국내총생산(GDP)의 3.5%의 재정흑자를 달성하겠다는 그리스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연금 삭감, 세수 기반 확대 등 추가 긴축 조치를 요구했다. IMF는 이와 함께 EU가 그리스 채무 상당액을 경감하지 않으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이자 EU에서 가장 입김이 센 독일이 "그리스의 빚은 단 한 푼도 깎아줄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맞섬에 따라 EU와 IMF는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싸고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모스코비치 위원은 이날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 조속히 도출돼야 한다"며 "우리는 유로존의 핵심에 머무는 강한 그리스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며칠이 아주 중요하다"며 "모든 협의의 당사자들이 노력한다면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고 덧붙였다.

전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그리스 정부의 입장에 우호적인 인사로 평가되는 그는 그리스의 운명을 가를 1차 '데드라인'으로 여겨지는 오는 20일 유로그룹(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를 닷새 앞두고 국제 채권단과 그리스 사이의 이견을 좁히는 중책을 띠고 이날 아테네를 찾았다.

하지만, IMF와 EU의 갈등 속에 그리스 정부 역시 IMF의 추가 긴축 요구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과연 오는 20일까지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모스코비치 집행위원과의 회담 서두에서도 "그리스는 단 1유로의 추가 긴축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은 이날 독일 대중지 빌트 기고문에서 "IMF가 그리스 구제금융에 참여하길 원한다면 그리스에 대한 비이성적인 요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스 정부는 작년에 그리스 경제가 오랜 역성장에서 벗어나 0.3% 성장하고, 당초 목표인 0.5%를 뛰어넘어 GDP의 2.3%에 달하는 예산흑자를 달성하는 등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리스에 대한 IMF의 추가 긴축 요구는 이런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비이성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는 올해 7월 유럽중앙은행(EBC)에 70억 유로의 부채를 상환해야 해 3차 구제금융의 조속한 추가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 있다.

만약, 1차 '데드라인'으로 인식되는 오는 20일 브뤼셀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은 내달 네덜란드 총선, 다음 달 프랑스 대선 등 유럽에 줄줄이 이어지는 굵직한 선거 일정에 밀려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는 EU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참여 기회도 봉쇄 당해 경제 회복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에 70억 유로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오는 7월 2차 '데드라인'까지도 3차 구제금융 분할금 집행이 실현되지 않으면, 그리스는 2015년 7월에 이어 다시 한번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그리스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그렉시트도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 EU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이어 또 한 차례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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