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2명에 재학생 18명이 "고마웠어"…카이로한국학교 졸업식

입력 2017-02-16 06:00  

졸업생 2명에 재학생 18명이 "고마웠어"…카이로한국학교 졸업식

아프리카 최초 한국학교 재학생·학부모 모두 모여 졸업 축하

학생 수 감소 추세에 교사도 졸업생도 "안타까워"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형들과 학교운동장에서 함께 한 닭싸움, 제기차기, 도둑과 경찰 놀이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우리와 놀아 줘 고마웠어요."

16일(현지시간) 오전 11시30분께 이집트 수도 카이로 동부 지역의 카타미아에 있는 한국학교.

1979년 12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한국학교인 이곳에서 '특별한' 졸업식이 진행됐다.

올해 제23회 졸업식을 맞아 전교생 20명과 그 학부모 전체가 학교 1층 소강당에 모두 모여 이날 졸업하는 송민준(13)군, 임세연(13)군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것.

이집트한인회, 이집트여성회, 한국대사관, 민주평통 이집트지회 관계자, 학부모 운영위원 등 80여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초반 분위기는 한국의 여느 초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사는 개식사와 국민의례, 학사보고, 졸업장·상장 수여, 학교장 회고사 등의 순으로 치러졌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편안한 자세로 행사 진행을 지켜보면서 박수를 치거나 가끔 옆 사람과 가끔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1~5학년 학생들의 졸업 축하 메시지가 담긴 영상이 상영되자 분위기는 금세 숙연해졌다.

학생들은 차례로 영상에 나와 두 형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교정 곳곳과 교실, 복도에서 촬영된 동영상에서 학생들은 한결같이 이번 졸업에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테리(1학년)군은 먼저 "형들, 많이 놀아줘 고마워, 빨리 졸업해 아쉽네. 학교에 자주 놀러와"라고 외쳤다.

다른 2~4학년 학생들도 "쉬는 시간마다 그리고 우리가 외로울 때마다 함께 놀아 줘서 고마워" "형들이 있어 든든했고 형들을 잊지 못할 거야"라고 했다.

유일한 5학년생인 김지민군은 송사에서 "짓궂은 장난도 받아주고, 술래잡기 놀이를 해 준 형들한테 너무 고마워"라고 말했다.

이에 두 졸업생은 감사의 화답을 하면서도 감소 추세의 학생 수에 은근히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송군은 "사랑하는 동생들과 함께 한 행복한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론 학생 수가 줄어 교실에서 혼자 공부하는 동생, 함께 놀 친구가 적어진 동생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현재 이 학교의 3학년과 5학년 재학생은 1명 뿐이다.

임군은 "학년과 나이에 상관 없이 동생들과 즐거운 놀이를 한 추억은 잊을 수 없을 것"이라 말할 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고현석 한국학교 교장은 "지난 3년간 6명이 졸업을 했다"며 "역사가 깊고 교육 여건이 좋은데도 이 학교 학생 수가 갈수록 줄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이로 한국학교는 지난 37년 동안 머나먼 이국 이집트에 정착하거나 파견을 온 교민 자녀에게 모국 한국을 가르치는 터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 학교에는 지금까지 1천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거쳐 갔지만, 전체 졸업생 수는 송군과 임군을 포함해 48명에 불과하다. 이는 이집트에 있는 중등교육 과정의 국제학교들이 8월 말에 신학기를 시작하다 보니 상당수 학생이 졸업 전에 전학을 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1년 이집트 시민혁명 후 이어진 정국 혼란과 경제 악화, 관광산업 타격으로 한국 부모를 따라 일부 학생이 귀국하면서 재학생 수도 20명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이란의 테헤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제다 한국학교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 인가를 받은 중동 지역 4개 한국학교 중 하나인 카이로 학교의 학생들은 현재 한국인 교사 6명과 미국과 영국 등 원어민 강사 3명의 지도로 정규 교과과정과 영어, 아랍어 등을 배우고 있다.

이 학교는 또 정규 과목을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전문 강사를 초빙해 바이올린과 플롯, 태권도, 수영 강습을 하며 방과후 수업의 질을 국제학교에 맞먹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 구장과 체육관, 강당을 갖춘 한국학교는 쾌적하고 최신식 교육환경도 자랑이다. 다만, 정부의 재정지원이 충분치 않아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이 한국 내 공립학교보다는 많은 편이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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