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겨울음악제 이끄는 재즈 거장 존 비즐리
(평창=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재즈는 '그 순간'을 연주하는 음악입니다. 연주자들끼리 주고받는 눈빛, 관객과의 교감, 공간이 주는 느낌 등이 모두 음악이 됩니다."
지난 15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만난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57)는 이날 개막한 평창겨울음악제에서 이뤄질 다양한 '대화'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이라는 큰 주제 아래 펼쳐지는 이번 음악제의 메인 아티스트다.
비즐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러진 올해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만 2개 부문 후보에 오른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이다.
그는 "수상은 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그는 "이곳에 와서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게 수상 실패에 대한 최고의 약"이라며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세르지우 멘데스, 마돈나, 포플레이, 샤카 칸 등 정상급 뮤지션들과 협업해왔으며 인기 영화 '도리를 찾아서', '니모를 찾아서', '007 스카이폴' 등의 음악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화제가 된 TV 콘서트 '백악관에서의 재즈'를 제작해 작년 에미상 후보에도 오르기도 했다.
그는 이 때문에 클래식과 재즈, 두 축 아래 진행되는 이번 평창겨울음악제에 대해서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그는 "재즈 자체가 자유롭고 열린 음악"이라며 "다양한 음악가, 장르와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바흐를 연주하며 손을 풀었다"며 "물론 무대에서는 클래식을 연주하지 않지만,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 것은 내 음악 세계에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재즈가 '지금 이 순간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클래식과는 분명 다른 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클래식은 수백 년 전 작곡가들이 써놓은 악보를 깊숙이 탐구하지만, 재즈는 이 순간에 집중하는 음악이에요. 연주자들끼리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관객 분위기에 따라 곡의 순서가 바뀌기도 하고, 곡의 속도가 느려지기도 빨라지기도 합니다. 연주자들이 매 순간 악보를 새로 쓰는 셈이죠."
그는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음악제에서 총 5차례 무대에 선다.
15일 개막 무대에서 피아노 솔로 공연으로 한국 관객들과 첫인사를 나눈 그는 둘째 날인 16일 재즈 그룹 '몽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올라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델로니어스 몽크(1917~1982)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이어 17일에는 '셉텟'(7중주) 재즈 콘서트를 펼치고, 18일에는 롤링스톤스의 베이시스트 대릴 존스 등과 함께 펑키한 매력이 넘치는 연주를 선보인다.
19일 폐막 무대에는 국내 유명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이 함께한다. 존 비즐리는 최근 웅산의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인 '재즈 이즈 마이 라이프'를 프로듀싱한 인연이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눈을 감고 음악이 데려가는 곳으로 몸을 맡겨달라"고 당부했다.
"설원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은 저도 처음입니다. 무대 위에서 연주자들, 관객들과 어떤 교감을 이뤄낼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음악을 듣는 1~2시간 만큼은 관객 모두가 일상에서 벗어나 완전한 휴식과 평화의 순간을 경험하길 바랍니다. 저 스스로를 먼저 기쁘게 하는 연주를 펼칠 겁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