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50일 넘긴 김광호 유네스코 한국위 사무총장

입력 2017-02-16 09:33  

[인터뷰] 취임 50일 넘긴 김광호 유네스코 한국위 사무총장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도 세계시민교육으로 풀 수 있어"

"유네스코 도움으로 인재 키운 한국이 교육 ODA에 앞장서야"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한국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6일 김광호 전 국립국제교육원장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맞았다. 30년 동안 교육공무원으로 봉직하며 국제협력과 교원 정책 분야에서 주로 일해온 그는 교육 공적개발원조(ODA)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국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조직 혁신이 절실한 시점에서 유네스코 한국위 사무처를 이끌 적임자로 꼽혀 발탁됐다.

1987년 행정고시(31회)에 합격한 김광호 사무총장은 성균관대 사회학과와 부산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숭실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교육부 교원정책과장·다자협력과장, 한국교원대·부산대 사무국장, 충북 부교육감, 국립국제교육원장 등을 역임했고 1994∼1995년 태국 방콕의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소에 전문관으로 파견돼 일한 경험도 있다.

임기 50일을 막 넘긴 김 총장에게 유네스코 한국위의 현안과 업무 추진 방향을 듣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회관을 찾았다. 마침 유네스코회관 준공 50주년을 이틀 앞둔 날이어서 자연스럽게 유네스코회관에 관한 기억을 주고받으며 대화가 시작됐다.




-- 자료를 찾아보니 유네스코회관 준공일이 1967년 2월 17일이더라. 딱 50년 전이다. 준공 당시에는 장안의 화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40여 년 전 스카이라운지에 올라와 봤는데 서울 시내가 사방으로 훤히 내려다보였던 기억이 난다.

▲ 유네스코 본부와 정부가 힘을 합치고 은행 융자까지 얻어 착공 8년 만에 완공했다. 1959년 기공식 당시 신문들은 "우리나라에 13층 건물이 세워지는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알루미늄으로 꾸민 외관에다 냉난방 설비와 엘리베이터 등을 갖춘 최첨단 건물이어서 서울 한복판 명동에서도 명소로 꼽혔다고 한다. 2003년 옥상에 조성한 생태공원 '작은누리'도 도심 속의 '미니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진화를 거듭해 요즘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소감과 함께 포부를 말해 달라.

▲ 영광이자 행운으로 생각한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우리나라를 롤모델로 삼아 발전을 도모하고 있어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교육이나 과학·문화 분야는 긴급구호처럼 급박해 보이지 않고 건설처럼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사회 발전을 이루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다. 벽돌을 한 장씩 쌓는 심정으로 내실 있게 일할 생각이다. 또 국격에 맞도록 국제사회에 한국의 기여도를 높이고 조직 규범도 갖춰나가겠다.

-- 4년의 임기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오랜 기간 교육 관련 공직에 있으면서 교육 ODA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니고 있고 효과도 높은 사업은 인적자원 개발이다. 개도국 청소년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국내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공부시킨 뒤 이들이 귀국해 기술 등을 전파하도록 하는 사업을 제안해놓은 상태다. 기존의 외국인 장학생 초청 사업은 주로 이공계 석·박사과정에 집중돼 있는데, 저개발국에는 대학생이 드물고 농촌 인구가 대다수여서 청소년 기술교육이 더 절실하다.

-- 유네스코는 유엔 전문기구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유명하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덜 알려진 것 같다.

▲ 유네스코 하면 보통 세계문화유산을 많이 떠올린다. 유네스코의 로고가 바로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말 그대로 교육·과학·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국제협력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교육이다. 최근의 가장 주요한 이슈는 '교육 2030'이다.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간 국제사회가 교육 분야에서 달성해야 할 공동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유네스코 한국위도 정부·전문기관·시민사회·학계 등과 협의체를 운영하며 목표 달성에 힘쓰고 있다.

-- 유네스코와 우리나라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인가.

▲ 한국은 6·25가 일어나기 직전인 1950년 6월 14일 세계에서 55번째로 유네스코에 가입했다. 이듬해 유네스코 총회에서 초등학교용 교과서 인쇄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한국에 1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1954년 9월 대한문교서적 인쇄공장이 준공돼 연간 3천만 권의 교과서를 펴냈는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유네스코 기증' 문구가 찍힌 책으로 공부했다.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1층 로비에는 2012년 당시 반 총장이 방문해 기증한 1956년판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자연 교과서가 전시돼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는 1954년 1월에 창립됐고, 1963년 4월 27일에는 '유네스코 활동에 관한 법률'이 공포됐다.

-- 유네스코 한국위의 조직과 활동을 소개해 달라.

▲ 전 세계 199개국 가운데 한국위의 조직이 가장 크고 역동적이다. 다른 나라 국가위는 대부분 교육부 등 정부 산하의 기관이다. 우리나라는 교육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지만 민간위원이 다수이고 사무처도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또 201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후원 모금을 시작했다. 52명으로 시작한 정기후원자가 2년 만에 2천500여 명으로 불어났고 후원 기업도 계속 늘고 있다. 배우 이영애 씨나 고은 시인 같은 저명한 분들이 홍보대사 역할을 해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 유네스코 한국위의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 전 세계 1만여개 학교가 가입된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에는 전국 578개 초중고교가 소속돼 유네스코 이념 아래 인성 교육과 국제교류 등을 펼치고 있다. 2015년 7월 7일 문을 연 세계시민학교는 중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학교 밖 학교' 프로그램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 대학(원)생 대상의 '유네스코 에너지 기후변화 프런티어', 동북아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 지원,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운영 등도 들 수 있다.

-- 개도국을 돕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 우리가 규모로 따지면 강대국에 뒤지지만 내용 면에서는 앞선다. 개도국들도 성장과 발전 경험을 지닌 우리나라의 협력과 지원을 더 바라고 있다. 비문해(문맹) 퇴치를 위해 교육 시설·교재를 지원하고 교사를 훈련시키는 '브릿지 아프리카'와 '브릿지 아시아', 세계유산 보존역량 강화 사업, 공예디자인 국제교류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에는 북한에도 교과서 인쇄 용지와 기자재를 지원했다.

-- 최근 들어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부터 지구적 이슈 해결에 노력하는 태도까지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추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후변화·분쟁 등 글로벌한 주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늘 겪는 양성평등, 생태계 보호, 평화와 정의, 책임 있는 소비 등에 관심을 두고 실천 방안을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 등의 문제도 세계시민교육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 다문화 관련 사업도 일찍부터 시작했다고 들었다.

▲ 문화다양성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주민이나 다문화가족을 받아들여야 한다. 유네스코 한국위는 1990년대부터 한국유네스코문화교류센터를 설립해 주한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 강좌와 문화 체험을 마련하는가 하면 외국인이 국내 초중고교를 방문해 자국의 문화·역사·생활·풍습을 소개하는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교실(CCAP)'을 운영했다.

-- 30년의 공직자 생활 가운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아 달라.

▲ 지난해 국내의 외국인 유학생이 12만 명으로 늘어났고, 전 세계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가 26만 명을 헤아린다. 오랫동안 국제협력 분야에서 일하며 '교육 한류'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뿌듯하다. 교장 공모제와 교원 평가제 등을 도입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는 유네스코 한국위에서 한 일이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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