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관계 악화 가능성 속 "외교분쟁까지 가지는 않을 것"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당하면서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관계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 주민에게 무비자 여행을 허용할 정도로 북한과 긴밀한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이번 피살사건의 배경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어서다.
말레이시아는 미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북미 접촉 장소로 말레이시아가 자주 활용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의 오랜 수교국인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활동무대'이자 북한과 미국의 비밀회동이 이뤄지는 '우호지대'라고 설명했다.
1971년 통상관계를 시작한 데 이어 1973년 외교 관계를 맺은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수년 전부터는 직항 노선을 운영 중일 만큼 40년 이상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국민은 무비자로 상대국 여행이 가능하며 교역이 자유롭지 못한 북한은 말레이시아에서 고무와 야자유 등 원자재를 조달하고, 철과 철강 제품을 수출한다.
이 외에도 사업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엮여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북한 연구자인 크리스토퍼 그린은 "이동이 자유롭다 보니 북한이 사업하는 데 있어 말레이시아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내 북한 거주자는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관측된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은 말레이시아에 평양 고려식당을 열어 운영 중이며 말레이시아가 지난해 8월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사라왁 주(州)의 건설, 철강산업 현장에서 북한노동자 80명이 근무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이복동생인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을 피해 해외를 떠돌던 김정남이 말레이시아를 오간 것도 자유로운 출입국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말레이시아는 북미 간 비공식 접촉 장소로도 활용된다.
지난해 10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등이 한성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한 곳도 말레이시아다.
한편 김정남 피살사건이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외교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말레이시아 싱크탱크 민주경제연구소(IDEAS)의 완 사이풀 완 잔 소장은 "이번 사건이 양국 간 외교 관계에 미칠 영향을 현 단계에서 예측하기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말레이시아나 중국 정부가 이번 문제가 외교적 분쟁으로 치닫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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