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혐의 입증 더 탄탄해져"…변호인 "판단 달리할 이유 없어" 공방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전명훈 기자 = 433억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법원에서 7시간 넘는 '마라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 부회장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장장 7시간 30분동안 진행됐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 간 일진일퇴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지며 심문 시간이 크게 길어졌다. 지난달 18일 첫 영장심사는 4시간만에 종료됐다.
특검은 양재식(52·사법연수원 21기) 특검보를 선두로 '특수통' 윤석열(57·23기) 선임검사, '대기업 저승사자'라 불리는 한동훈(44·27기) 부장검사 등 최정예 수사검사 5명을 투입하는 배수진을 쳤다.
특검은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의 사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측에 사상 유례없는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죄질이 매우 무겁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부각했다.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공단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 처분,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등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에 박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측에 433억원대 금전 지원을 약속했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특히 수사 과정에서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업무 수첩 39권,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관련자 업무일지 등 핵심 물증이 추가 확보돼 1차 영장 때보다 부정 청탁 및 대가 관계 입증이 한층 탄탄해졌다고 자신했다.
합병 이슈에 초점을 맞춘 첫 영장과 달리 경영권 승계 전반을 대가 범위 안에 포함함으로써 삼성의 부정 청탁과 금전 지원 사이를 연결하는 논리도 더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뒤 경영권 공백과 3세 승계가 현안으로 대두한 상황에서 박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2014년 9월, 2015년 7월, 2016년 2월 세 차례 단독 면담에서 모두 경영권 승계 논의가 있었다고 특검은 주장했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혐의 중 가장 중요한 뇌물죄와 관련한 구성 요소가 1차 영장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해졌다"며 심사 결과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에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송우철(55·16기)·문강배(57·16기) 변호사 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이 부회장측에선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한 청탁은 없었고 이에 따라 대가성 자금이라는 특검의 논리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강압으로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기존 입장도 유지했다.
1차 영장과 마찬가지로 큰 틀에서의 범죄사실과 사건 흐름이 달라지지 않아 판단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범죄사실에 추가된 합병 이후의 주식 처분 문제도 로비나 청탁의 결과가 아니라 정당한 이의 제기를 통해 처분 규모를 축소한 것이라는 게 변호인단측 입장이다.
여기에 특검이 사실상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삼은 안 전 수석 수첩도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특검에 제출됐다며 증거로 쓰이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또 매출 300조가 넘는 국내 1위 기업의 총수가 구속될 경우 초래될 경영 공백, 투자·고용 차질,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열거하며 설사 혐의가 있다 하더라도 불구속 수사가 합당하다는 점도 부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영장심사 역시 부정 청탁과 금전 지원의 대가 관계 입증 여부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영장 심사 결과에 따라 활동기한을 12일 남겨둔 특검 수사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은 물론 삼성그룹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자정을 넘겨 17일 새벽께나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과 함께 심사를 받은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도 거의 동시에 구속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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