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 규정 법률 아닌 시행령에 규정…위임입법 한계 벗어나"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야간에 당직 의료인을 두지 않고 병원을 운영하면 형사처벌하도록 한 '옛 의료법 및 의료법 시행령'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야간 당직 의료인을 두지 않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요양병원 운영자 박모(79)씨의 상고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옛 의료법은 병원에 야간 당직 의료인을 두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당직 의료인의 자격 종류와 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는다. 대신 의료법 시행령이 입원환자 200명마다 의사 1명 또는 간호사 2명을 당직 의료인으로 두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법률의 시행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법률의 명시적 위임 범위를 벗어나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박씨는 2014년 6월 24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당직 의료인을 두지 않고 요양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의료인이 병원 밖에서 대기하다가 호출이 있으면 병원으로 와서 근무하는 경우도 당직 의료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당직'의 문언적 의미는 근무하는 곳에서 숙직 따위의 당번이 됨을 뜻한다"며 유죄로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당직 의료인의 수와 자격에 대해 의료법에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이를 하위법규에 위임하는 규정도 찾아볼 수 없어 의료법 시행령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12월 20일 당직 의료인의 자격 종류와 수를 시행령에 규정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의료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12월 20일 이후 야간 당직자 없이 병원을 운영한 경우에는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형사처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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